아침의 흔한 풍경

현관문

by 철없는박영감
가을 아침


평상시대로 집 앞 캠퍼스로 아침산책을 나왔다. 공기가 정체되어 있는지 옅은 안개가 깔려 있다. 어젯밤 공기청정기가 밤새도록 ‘강’으로 돌아간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기분은 상쾌하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파트 지하주차장 현관문 앞이 소란스럽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나이 지긋한 여성 한 분이 전화기를 붙들고 현관문과 씨름 중이다. 1층이 어떻고, 지하가 어떻고, 어쩌고 저쩌고 상대방에게 생짜증을 부리며 지하주차장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화가 많이 나있다.


에이 그깟 3만 원 'C발 비용'셈 쳐야지 뭐~


평소 같았으면 공무원 마인드로 “무슨 문제 있으세요?” 하며 문을 열어줬겠지만, 최근 일주일간 저 나이 또래의 여성 민원인들에게 시달린 탓인지, 그냥 꼴도 보기 싫어졌다. 지금 기분을 망치기도 싫고...


전화기 너머로는 변명은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주야장천 하는데, 결국 내가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갱년기 여성과 중2의 무적의 무논리는 이길 수가 없다. 개인 돈으로 보상해 주겠다고 통장으로 3만 원을 송금했다. 그랬더니 태도가 급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대로 못 본 척하고 바로 돌아서서


1층 현관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기도 가까워지니 소란스럽다. 아까 전 지하 현관문과의 씨름에서 승리하고 1층으로 진출했나 보다. 그런데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여성은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여전히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지나가면서 슬쩍 보니, 손에는 축의금 봉투가 들려있다. 여기도 태세 전환이 6G급이다. 아휴~ 왜 틀딱, 틀딱하는지 알 것 같다. 오늘은 저 나이또래의 여성만 보면 왠지 신경질이 날 것 같은 하루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나의 확증편향적 사고가 오작동을 한다. 화가 난다.


환경이고 뭐고 그냥 집에 콕 박혀 배달음식이나 시켜 먹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의 흔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