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도 나를 묻고 있구나 (1)
To. 2020년의 '나'
안녕. 그때 너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처음 입에 올렸지.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너는 이미 그 질문에 평생을 걸기로 한 거야. 너는 몰랐겠지만,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너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될 거야.
그때의 너는 웃기려고 애썼지. 사람들 앞에서 유쾌한 척, 괜찮은 척, 다 아는 척. 근데 나는 알아. 너는 그 안에서 늘 혼자였다는 걸. 너는 누군가가 네 안의 복잡한 결을 알아봐 주길 바랐어. “나는 웃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 근데 그걸 말할 용기가 없었잖아.
지금 나는 그 말을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들도 있어. 너는 그걸 상상이나 했을까?
너는 글을 쓰기 시작했지. 처음엔 그냥 끄적임이었지만, 그게 너를 구했어. 너는 글을 통해 너를 정리했고, 너를 건넸고, 너를 이해받고 싶어 했어. 그 마음, 지금도 그대로야. 다만 이제는 조금 더 덜 웃기고, 덜 확신하고, 덜 말하려고 해. 그게 오히려 더 많은 여운을 남기더라.
너는 지금도 나를 묻고 있어. 그 질문은 끝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이 외롭지 않아.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 있고, 나를 이해하려는 시선들이 있어.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너를, 나는 사랑해.
고마워. 그때의 너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어.
From. 2025년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