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맺는 인연

Part 3. 나와 연결되는 사람을 찾고 싶다 (9)

by 철없는박영감

내가 아직 해결이 안 돼서


2026년은 이런저런 도전을 해 볼 생각이다. POD 출판이라는 것도 해볼 거고, 링컨의 연설문 암기로 30년 영어공부에 종지부를 찍을까도 생각 중이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2026년 계획까지 나왔는데, 브런치에서 밝힌 것 말고는 누군가에게 최초로 밝힌 것이다.


친구와의 대화는 편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주제가 바뀌기 마련인데, 패턴은 비슷하다. 처음은 친구의 고민상담으로 시작한다. 중간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하다가, 내 원인 분석에 힘을 싣기 위해 경험담을 말한다는 것이 어느샌가 '내 인생 푸념'으로 변질되어, 결국 나 혼자 떠드는 모양새다. 글을 쓴다며 과거를 많이 떠올리다 보니 코걸이, 귀걸이 같은 에피소드가 많아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반성하는 것은 '내가 말을 좀 적게 할걸...'이란 생각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내 지분이 많아지면, 즉 말이 많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내 말이 닿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러면 더 열과 성의를 다해 소귀에 경을 읽게 된다. 아쉬운... 아니다. 찝찝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아 이렇게 말할 걸~! 더 좋은 예시가 있는데, 진짜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말렸어.' 후회만 한가득 담아 오게 된다.


그런데 이번 대화는 좀 달랐다. 나 스스로 뭔가 정리가 된 듯했다. 그러니 간단명료해졌다. 그동안의 방황은 '내가 아직 나 스스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것이 정리되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중2병'을 완치하지 못하고 살아온 탓이다. 세상의 중심은 '나'다. 맞다. 그런데 중심은 맞는데, 주인공은 아니다. 중심이라는 것도, '내가 인지하고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범위에서...'라고 한정되는 것이지, 좁디좁은 세상일 뿐이다.


예전에 한 소설에서 읽은 내용인데 몽골 평원을 묘사하는데, '눈으로 원을 그릴 수 있는 풍경'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렇다 내 세상은 아무리 커봤자 그 정도가 전부다. 망원경을 가져오고, 레이더를 켜야 세상은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간다. 그렇지 않고 자연인으로써의 세계는 그냥 추측, 그럴 것이라는 망상, 혹은 과거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무궁무진한 세상을 만들 수 있고 자유도가 높게 하기 위한 망원경, 레이더가 글이 아닐까?


나는 글을 쓴다. 내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세계를 내 세상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도와준다. 현실의 나는 좁은 원 안에서 맴돌지만, 글 속의 나는 그 원을 넘어 우주를 설계한다. 글은 나를 중심에 세우고, 또 다른 누군가를 그 세계로 초대한다. 그 만남이 바로 인연이다. 여러 인연들이 자신만의 원으로 서로 맞닿아 교집합을 이룬다. 그러면 내 세상을 그 인연으로 더 확장된다. 그래서 글은 기록이 아니라 창조이고, 창조는 곧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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