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을 모으는 손길

Part 4. 내 안의 조각들을 정리하고 싶다 (5)

by 철없는박영감

왜 싸워?


다툼의 원인은 많지만, 대부분은 '아니 근데 진짜'로 시작된다.


“근데, 이게 그거랑 같다고 생각해?”


“아니, 뭐가 다른데?”


“진짜 그걸 몰라서 물어? 말이라고 해?”


결국 타협 없는 본질의 싸움이 된다. 네 말은 쓰레기, 내 말은 성경. 반박의 연쇄는 끝도 없고, 자존심은 천장까지 치솟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배수의 진을 친 상황. 그러나 그 고집도 결국 흩어진 모래일 뿐이다. 화해하고 사이좋게 모래 뺏기 놀이라도 할라치면, 모래를 다시 쌓을 손길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깃발을 꽂을 곳이 없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네 말, 내 말의 싸움은 아주 심각하다.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式의 본질의 충돌은 부끄러움과 치욕을 불러일으켜 영혼의 상처(좀 거창하게 표현해 본다)를 유발한다. 그리고 심하면 건강까지 좀 먹는다. 결국 시름시름 앓으며 주삿바늘을 꼽고 나서야 우물 속의 사나이가 되어, 별빛 언덕에 이름을 쓰고 흙으로 덮어버린다.


이제는 그러기 전에 잠깐 멈추는 것을 선택한다. 게임으로 치면 저장하기. 싸움은 계속될 수 있지만, 저장하기를 누르면 그 순간은 보존된다. 멈춤은 패배가 아니라, 다시 이어가기 위한 준비다. 그리고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깃발을 꽂을 모래성이라도 쌓는다. 그래야 다시 놀자고 친구들을 불러 모을 수 있으니까.


우물 속에 따지러 들어가기 전에, 아침이 오기 전에, 잠깐 멈추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 멈춤이야말로 내 안의 싸움을 정리하는 첫 손길이다.


"근데, 이게 그거랑 다를 수도 있지."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지."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여유가 생긴다. 숨 쉴 틈이 생긴다. 충분히 권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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