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질 일만 남았나 봐...!
리셋
오늘은 만우절이다. 그래서 한 가지 소원이 있다. 거짓말같이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거의 두 달을 아팠다. 이석증으로 시작한 병은 약물 쇼크, 독감, 축농증, 목디스크까지 이어졌다. 창밖의 풍경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봄옷으로 새 단장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 쫌... 그렇다.
어렸을 때? 젊었을 때? 하여튼 얼마 전까지. 잠은 보약, 힐링, 휴식,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밖에서 시달린 어지간한 스트레스도 자고 나면 좀 나아졌고, 화도 가라앉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는 자는 게 일이다.
'안 자면 안 되니까',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깨어있으면 노화가 가속되고, 치매가 일찍 온다고 하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니까'
이것들이 새로운 강박으로 다가왔다. 자다가 화장실 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래가 점점 암울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자다가 깼는데 오른팔에 감각이 없었다. 팔에 피가 안 통해서 그런가 하고 주무르고 온찜질을 해봤지만, 움직이기는 움직이는데 원상복구라고 할 정도로 나아지지 않았다. 오른 팔의 감각이 예전의 그 느낌이 아니었다. 약간의 편마비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더니 목디스크가 심한 것 같단다.
어지럼증으로 읽기도 쓰기도 한동안 멈췄는데... 우선 거북목, 일자목을 치료하려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만 있으라고 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더 답답하다. 이제 건강은 나빠질 일만 남았으니까 현상유지만 해도 고맙다는 생각을 해야 하나?
하지만 달리 생각하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호흡기 질환 덕분에 항생제를 거의 한 달을 먹었으니 그동안 쌓아놓은 장내 유익균들이 다 사라졌으리라. 헤헤헤 유해균도 같이...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유익균들로 채우고, 노화로 변화되는 몸도 새롭게 발견하며 더 아끼고 보듬어줘야지...
봄을 맞아 다시 옷을 사기 시작했다. 이제는 온라인으로 사지 않는다. 집 앞으로 배달되는 뭔가를 기다리지 않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보며 쇼핑을 즐긴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쇼핑몰을 찾는다.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새로 태어난 나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