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세상

완전히 다른 이야기

by 철없는박영감
정신을 차리니 2월이 다 갔네


2월에 접어들고 갑자기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속이 메스꺼워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부류의 증상에, 혹시나 크게 잘못되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으로 밤잠도 설쳤다. 나이가 들면서 바뀐 것이, 이제는 몸이 많이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겁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쓰기는커녕 읽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병원을 찾았다. 첫 번째는 당연히 내과였다. 혈압이 조금 높긴 하지만 뇌경색이나 다른 응급상황에 이를 정도의 수치가 아니라고 했다. 어쩌면 추위가 계속되면서 근육이 뭉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근육이완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 보일러 설정온도를 더 올리고 족욕으로 체온을 올렸다. 의사의 진단에 안심이라는 것을 하다 보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날짜가 곧 넘어가려는 12시가 조금 못 된 11시 5X분 즈음에 눈이 번쩍 떠졌다.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아서 몸을 일으키는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계속 뒤로 넘어갔다. 수차례 일어났다 쓰러졌다를 반복하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화장실을 갔다가 이대로 뭔가 큰일이 나는 것 아닌가, 119에 응급차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또 밀려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유튜브에 증상을 검색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그리고 바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증상을 듣더니 의사 선생님이 이석증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검사를 하자고 했다. 검사가 준비되는 동안 진료실에서는 환자에게 실비보험이 있는지 묻는 의사의 상담이 들려왔다. '아~ 병원 잘못 온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나가?'고민하는 동안 검사준비가 끝났다. 적외선 탐지기 같은 이상한 마스크를 씌우고는 상체를 세웠다 눕혔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정신을 못 차리게 했다. 검사가 끝나고 의사가 하는 말이 이석증이면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데 그렇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증세로 봐서는 이석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OO님! 실비보험 있으세요?"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벼락세상


"제가 일단 이석증 치료를 하고, 이석증 치료에 좋은 비급여 수액하고 치료제를 같이 놔드릴게요." 알았다고 하자 의사는 진료실로 돌아가고 간호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처음 겪는 일은 이렇게 항상 어리숙해진다. 그렇게 수액까지 맞고 약을 타서 집에 돌아왔다. 실비보험을 청구하는데... 아차차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상항선이 있는데... 오랜만에 실비보험을 청구하다 보니 또 깜박했다. 그렇게 건강에 관련된 절박한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워진다. 알면서도 매번 반복된다.


약을 먹고 나서는 어지럼증이 조금씩 나아졌다. 이석증 치료가 잘 됐는지 토요일에 다시 오라는 말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이번에 이명에 대해서 상담했다. 처음 겪는 증상에 귀에 관한 모든 증상을 설명하다 보니 이명 얘기가 나왔는데... 음... 그냥 눈치가 내가 돈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의사 기분 나쁘게 해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아서 검사를 했다. 결국 이명 치료는 안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석증이 왜 생겼고 앞으로 주의할 점이 뭔가 물었더니 의사는 '이석증'이라는 확실한 워딩 대신 '어지럼증'이라는 용어로 대체해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귀에 좋은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그것까지는 말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조제해 온 약을 먹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몸에 이상함을 느꼈다. 이전 어지럼증과는 비교될 안될 정도로 어지러우면서 목에 동맥이 터질 듯이 뛰고 뒷목이 뻐근하며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혹시나 너무 추워서 혈액순환이 어려워 그런가 싶어서 얼른 욕조에 온수를 받고 몸을 담갔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욕조에 계속 있으면, 갑자기 정신 잃고 쓰러져서 고독사로 뉴스에 날 것 같다는 불안감만 커졌다. 괜히 주말에 119를 부르느니 그나마 정신이 있을 때 내 발로 응급실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매거진의 이전글동사를 비틀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