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취급 따위는 별거 아니던데...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릴...

by 철없는박영감

힘을 숨긴 은둔 고수... 그들은 왜 은둔 고수가 되었을까? 추억의 영화 ‘무장원소걸아’를 OTT에서 보게 되었다. 중학생 때, 재밌게 봤던 영화라서 반가운 마음에 시청을 했는데, 사실 끝까지 보기에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웃을 수 없는 옛날 주성치식 개그에 두 손, 두 발 다 오그라들기도 했고, 딱 중학생들이 볼만한, 중 2병에 어울리는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다. 중학생 때는 역경을 딛고 무림고수가 되는 내용에 열광했는데... 지금은 몰락하는 과정이나 다시 재기하는 과정의 클리셰가 너무 강해서 뒤통수를 딱 치는 통쾌함도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은둔 고수인 ‘홍칠공’이 눈에 뜨였다. 개방의 방주로서 어마어마한 무공의 소유자이지만 은둔고수로서 여기저기서 구걸하는 삶을 사는 홍칠공. 그는 왜 은둔고수로, 남들에게 천대받는 거지의 삶을 선택했을까?


우리 사회에는 홍칠공들이 넘쳐난다. 은둔 고수들...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예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회분위기도 그렇지만, 괜히 나섰다가 본전도 못 찾고 쫓겨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좀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20년씩 영어공부를 해도 제대로 말도 못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높아도 너무 높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의 모습 간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 그리고 이상적인 모습을 향해 노력한다. 노력 안 하는 사람이 없다. 너도나도 노력을 하다 못해... 노오력을 한다... 강요하는 사회라고 남 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강요를 안 해도 노력하는 은둔고수들이 우리나라에는 진짜 많다. 다만 힘을 숨기고 있을 뿐이지...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 사람은 조금 무섭기도 하다. 새벽 5시 첫차가 너무 늦다고, 선거운동하는 정치인에게 첫차 시간을 더 당겨달라는 요청을 보고, 나도 옛날 사람이라서 ‘진짜 부지런하다’며 본받으려고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첫차를 더 일찍 타겠다고 하시는 분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바보취급을 한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갑질은 이제 참고 넘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일은 누가하고 소는 누가 키우고 애는 누가 낳느냐고 걱정하는 어르신들이 정작 본인 자식들에게는 마음껏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라고 하고, 열정 페이네 워라밸이네 헬조선이네 불만 가득한 청춘들은 캥거루 족이 되어 ‘이생망’이라며 무기력해지다 못해 소모적인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에 집중한다. 오호통재라~


바보 취급 따위 별거 아니다. 젊은이들이 미숙한 것은 당연하다. 경험이 부족한데 경험 많은 사람에게 이길 수 있겠는가? 어르신들이 신기술에 약한 것도 당연하다. 경험으로 가득 차있어서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가 있겠는가?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고, 암묵지는 형식지로 만들면 된다. ‘바보가 바보에게’라는 대중가요는 사랑 노래다. 사랑 노래 같이 불러보지 않을 텐가? 1993년 ‘무장원소걸아’에서 '수몽나한권'을 전수한 홍칠공은 2005년 ‘쿵푸허슬’에서 ‘여래신장’ 비급을 주인공에게 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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