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건 어렵고 의심하는 건 더 어렵지만 믿고 싶다.
사람마다 병원 가는 스타일이 다르다. 이 병원에서 빨리 안 나으면 얼른 다른 병원으로 가서 빨리 나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여기저기 명의라고 소문난 병원을 찾아다니며 거리나 비용 상관없이 의료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고, 동네 병원을 사랑방처럼 들락날락하는 사람도 있고,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며 의사도 안 보고 약만 타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병원에 가서 내 몸을 맡기고, '잘 봐주세요'라고 생각하며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느낌이 매우 좋다. 이 점은 사람들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과 더 대화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할 때는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내가 사회 첫발을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시작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 스타일을 금방 알아챈다. 내 증상에 집중하는 분도 있고, 생활 습관 속에서 병의 원인에 집중하는 분도 있다. 얼굴도 안 보고 처방만 해주는 분도 있고, 이것저것 시술을 권유하는 분도 있다. 그래도 방법이야 어떻든 목표는 더 나은 삶을 같이 고민해 주는 것으로 같다. '믿는 건 어렵고 의심하는 건 더 어렵지만 믿고 싶다.' 한 애니메이션 속의 대사였다. 오늘 병원에 와서 대기하면서, 많은 환자들과 의사, 잘 차려입은 영업사원들을 보고 있으니, 그 대사가 떠오른다. 병원 오는 마음가짐이 딱 그런 것 같다.
병원의 모습이 좋다. 서로 배려하고, 나 아픈 만큼 남의 아픔도 같이 공감해 주고, 서로 처음 보는 사이지만 안부를 물어주고, 응급환자나 휠체어가 지나갈 때는 잠시 기다려준다. 절박한 사연이 가득한 속에서 서로 믿고 싶어 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도리어 마음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