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야 할 때가 있고 정면돌파해야 할 때가 있던데...

에필로그 : 관계 속 갈등 vs 마음속 갈등

by 철없는박영감

2023년 새해가 밝은 지 벌써 3개월 가까이 되었고, 회사를 그만둔 지 어느덧 1년이 다되어 간다. 나이도 차곡차곡 쌓아놓고 보니 45살을 넘기고 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슬슬 인생 2막 혹은 인생길 유턴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길로 인생 2막을 시작할 거냐?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는 유턴을 할 것이냐?' 이미 회사를 관둔 시점부터 2막을 선택했다. 익숙한 길로 되돌아가는 선택지는 피했다. 지금까지 엮여 온 관계 속에서 발생한 갈등을 해결해 보려고 여러 번 정면돌파를 시도해 봤지만 헛수고, 시간낭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차라리 새로운 길로 향하며 새롭게 엮이는 관계에 열정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대화하고 용서하고 사과하며 살아왔지만 비슷한 갈등은 반복됐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조심, 차근차근, 꾸역꾸역 관계를 지속해 봤지만 인내심의 한계치는 늘어나지 않았다. 관계에는 항상 적당한 거리유지가 필요하다는 깨달음만 남았다. 친한 관계에서 거리유지를 하게 되며 겪는 실망, 배신감, 외로움, 시기, 질투, 열등감에 감정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익숙하고 친한 관계일수록 낭비되는 감정들의 앙금이 많다. 그래서 관계 속 갈등은 피하는 것이 정답이다.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최대한 갈등상황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결론을 내고, 이제는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혼자서 마음속으로 계속 고민한다. 멍청하게 관계 속 갈등은 정면돌파하려고 하면서, 마음속 갈등은 항상 피했다. 답이 없으니까, 답을 내기 어려우니까... 관계 속 갈등은 봉합을 하든, 덮고 넘어가든, 원수를 지든 그나마 쉽게 결론은 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 갈등은 정면돌파가 아니면 답이 나지 않는다. 피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자다가도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게 되는데 어떻게 피하겠는가? 마음속에 꽉 박혀있는데 어떻게 거리유지가 되겠는가? 그래서 마음속 갈등은 정면돌파가 정답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끝까지 고민해야 한다. 답이 없어도 고민해야 한다. 고민으로만 끝나더라도, 고민만 하다가 죽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 없이, 되는대로 살다 보면 피해야 할 관계 속 갈등에 정면돌파하다가 만신창이가 되고, 정면돌파해야 할 마음속 갈등을 피하다가 머저리가 된다.


지금은 타인이 어떻게 해야 좋은 사회가 될지 고민할 때가 아니다. 환경은 점점 척박해지고 기후이상, 전쟁, 기아, 난민 등 풀지 못할 과제가 산더미이다. 당장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 하나라도 줍고,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이나 갈등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마음속 갈등에 집중해야 할 때다. 곧 진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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