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해가 길어지고, 햇빛도 따가워져서 오랜만에 거울 앞에 앉아 선크림을 바른다. 그동안 두꺼운 안경, 새까만 마스크와 푹 눌러쓴 모자로 가린 모습이 진짜 나라고 착각하며 살았는데, 슬슬 낱낱이 다 까발려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 가린 모습에 익숙해져서 진짜 내 모습이 어색하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경락마사지도 받으러 다니고 나름 피부에 좋다는 팩이며 에센스며 영양크림들로 관리했는데 역시나 거울은 무자비하게 솔직하다.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은 거울이 거의 유일해서 보기가 무섭다. 예전에는 사진도 꽤 솔직한 친구였는데 어느새 가장 거짓말 잘하는 친구가 되었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나와 너무 차이가 크다. 정확히 내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모습이 더 예쁘고, 젊고, 생기 있고, 착하다. 거울 앞에서 현실을 직시하면 가리고 싶고, 하나라도 더 바르고 싶고, 고치고 싶고, 빼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해진다. 그러다가 돌아가고 싶은 불가능한 꿈을 꾸게 된다. 다시 돌아가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Back To The Future."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
이 사진을 찍으신 분, 찍히신 분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이분들은 거울이다.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줄 거울이다. 우리의 미래인 딸, 아들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의 후손인 아들, 딸이 잘 살게 해야 한다. 돈 많이 물려줘서, 둘러 쌓인 것만 많고 속은 텅텅 비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백설공주의 왕비는 거울에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그 사람을 없애려다 몰락한다. 거울 속에서 왕비에게 대답한 이는 누구일까? 진짜 마술 거울일까?
솔선수범보다 더 강력한 교육은 없다. 우리 딸, 아들이 어떻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못하는 것을 바라서는 안된다. 내가 생각만 하던 어떤 것을 누군가 먼저 나서서 시작하면 나도 동참할 용기가 난다. 먼저 나서고, 동참을 하지 않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거울의 대답은 바뀔 것이다.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거울을 봐라.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짜 내 평판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아들, 딸에게 어떤 말을 듣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된다. 그게 내 진짜 모습이다. 두꺼운 안경, 새까만 마스크, 푹 눌러쓴 모자는 결국은 벗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