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감정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행복함에 젖었던 순간이 다가왔다.
그날도 어느 때와 다를 것 하나 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눈이 번쩍 뜨이고 몸이 벌떡 일으켜지진 않았으나 두 번의 시도만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부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분이 좋다는 걸 느꼈다. 그저 좋았다, 이유는 모른 채.
짐작가는 바가 없었다. 단지 잠들기 전에 클래식을 들었다는 사실 하나.
전날밤, 속이 답답하고 좋지 않아서 잠이 든 것도 12시가 넘어서였다.
몸상태가 좋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행복이 다가왔다.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고,
기분이 좋고, 행복하고, 입꼬리가 올라간 상태로 고정되어 미소가 저절로 지어져있었다.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이 온 몸을 휘둘러
몸도 너무 가볍고 언제나 해왔던 운동도 어느 때보다 잘 되었다.
이유가 뭘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유는 없었다.
갖고 싶을 때는 오지 않던 행복이 무심결에 찾아왔다.
생각해보면 행복도 감정 중 하나인데
우울이 찾아올 때는 그 감정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행복은 오기만을 기다린다.
감정은 붙잡는다고 머무르지도, 부른다고 오지도, 가란다고 멀이지지도 않는다.
불쑥 찾아왔다가 어느새 떠나있고, 가끔은 가기 직전에 알아차렸을 때도, 온지도 모르고 보냈을때도 있다.
매 순간 매 시간 느끼는 감정은 한 시도 같지 않다.
그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감정을 정의내릴 방법이 없어 알고 있는 감정단어를 사용하는걸지도.
감정이 고마운 이유는 따로 있다.
편안함에 안주하던 삶에 발전의 기회를 던져준다.
두려움은 지식을, 슬픔은 비움을, 행복은 꿈을.
감정을 잘 대하는 방법은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감정에 집어삼켜질만큼 힘차게 허우적거리는 것밖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
허우적거리다 헤엄치는 법을 배우고, 헤엄치다가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운다.
놓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하나를 더 알고 하나를 더 배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