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깨어나는 것이 두려웠는데
월요일. 아침 왠지 모르게 숨 쉬는 것이 답답했다. 단지 방 안에 먼지가 많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화요일. 목 안이 뜨거운 물을 마셔서 데었을 때처럼 까끌까끌하고 불편했다. 사실 전날에 뜨거운 물을 마셨느데 그래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코로나 인가 의심만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키트로 검사를 하고 싶진 않았다. 이러다가 정말로 코로나라도 나올까봐 두려웠다. 방 안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저녁에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열이 날 때처럼 몸에 힘이 없고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몸살이 온건가 싶었다. 돌아와서 타이레놀을 먹고, 머리가 아파서 탁센도 한 알 먹었다.
수요일.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밤새 식은땀이 계속 나서 입고 있던 긴팔과 긴바지를 반팔과 반바지도 갈아입고, 다시 잠들었다가 식은땀이 나면서 다시 깼다. 온 몸이 땀으로 뒤덮힌 느낌이, 땀들이 나의 온 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느낌이 불쾌했다. 깨고 잠들고를 반복하다 아침 6시에 빨래를 돌리기로 신청해놔서 잠시 나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빨래를 가지러 갔다가 방으로 돌아가는 계단을 오르면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속이 안좋고 토할 것만 같았다. 조금 어지럽기도 해서 얼른 방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위협감을 느꼈다. 순간 정신이 '휘청'하며 엎어졌다. 눈 앞이 보이지 않았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너무 어지러워서 방까지 얼른 가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게 0층의 메인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복도에 다시 쓰러졌다가 눈을 떴다. 방까지 들어오는 길의 기억이 거의 없다. 안간힘을 다해 없는 힘도 쥐어짜서 겨우 방에 들어왔고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걸어들어갔다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휩쓸리듯 들어와서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는 표현이 맞겠다. 무서웠다. 정말 증상이 그 자체로 코로나였다. 하지만 '정말 코로나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이로 인해 취소될 일정들이 마음에 걸렸고, 피해를 볼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아니어도 그것대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자가키트로 검사를 해보았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다행이었지만 다행이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원인인지. 왜 갑자기 이런 증상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거슬러 생각을 이어갔다. 월요일에 사서 처음 먹게 된 감초차가 원인이었을까. 그것말고는 새로 먹은 음식은 없었다. 진저쿠키 냄새가 나서 사온건데,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이었을까. 복도에 쓰러지면서 왼쪽 광대를 부딪혀 빨갛게 부었다. 아마 멍이 들겠지. 무릎도 까졌다.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 쓰러진 건 한 번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두 번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종일 밥 먹고 약 먹고 잠자고를 반복했다.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너무 아팠다. 면도칼을 삼킬 정도로 목이 아프다는 느낌을 알 것만 같았다. 너무 아파서 침 삼키는 행위 자체가 두려웠다. 과연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맨 처음에 깼을 때는 침대에서 일어나니 어지러워서 도로 누웠다. 한참을 쉬다가 다시 한 번 몸을 일으켜세웠다. 일어나 볼까 했는데 역시나 어지러워서 다시 침대에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어지러우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몸을 일으켜세웠다. 이번에는 속이 안좋지도 않고 어지러운 것도 덜했다. '버스를 타다가 속이 안좋아지면 어떡하지' 걱정은 되었지만 예상 외로 바깥 공기를 쐬서 그런가 괜찮았다. 그렇게 도착하여 수업을 기다리면서 이번에는 목이 잠기기 시작했다. 가래도 생겼는데 기침을 크게 한 번하면 괜찮아졌지만
대신 목에 상처를 얻었다. 오전 수업은 어찌저찌 버텼지만,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실내다보니 속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결국 오후 수업은 양해를 구하고 쉬기로 했다. 간만에 수업 있는 시간에 밖을 돌아다니니 좋았다. 체력이 좋지 않아 결국 금새 기숙사로 돌아가긴 했지만.
금요일. 몸이 회복하는 것이 느껴졌다. 타지에 와서 병원에 가기도 모하고 가져온 약으로 버텼는데 시간이 지나지 괜찮아져갔다. 아마 몸살이 왔는데 원래 있던 빈혈이 합쳐지면서 증상이 심했던 게 아니었을까 추측만 해본다.
아프면 모든 생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몸이 나아지지 않는 게 아닐까.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그저 무기력하고 올바른 사고가 되지 않는다. 이번 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실 초등학생 시절 잠에 들면 아침에 깨어나지 않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 반에 속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던 아마 확실하지는 않지만 티나지 않게, 아니 대놓고였을까, 왕따를 당했던 그 시간 속에 살던 순간에는 아침마다 눈이 떠지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잠이 들고 아침이 돌아오면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의식이 생기는 그 시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눈을 감으면 그대로 눈이 뜨이지 않기를 수 없이 바랐지만 눈을 감으면 시간만 흐르고 학교에 갈 시간만 다가왔다. 시간이 멈췄으면 했고, 흘러가는 시간이 미웠다. 이랬던 나였는데, 처음으로 눈을 뜨지 못할까봐 덜컥 겁이 났다. 몸이 힘이 하나도 없고 기력도 없어서 이 상태로는 눈을 감으면 다시 뜰 수는 있을까 무서웠다. 잠에 들고 나서 다시 눈을 뜨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확실히 의식되었다. 다행이다, 오늘도 무사히 눈을 떴네. 눈을 떠서 정말 다행이야. 삶에 그다지 미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잠에서 의식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