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지나가버렸네
아침에 눈을 뜨고 또 하루가 시작되지만 여전히 어찌 살아야할지 모르겠는 매일매일이 반복된다.
어제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태로 하루를 보내버렸는데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또 다시 오늘이 찾아왔다.
그렇게 오늘도 해야할 일이 뭔지 모르는 상태로 흘러가겠지. 다들 뭘 그렇게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다.
무언가 해야할 것 같지만 좀처럼 무엇 하나 시작하지 못한다. 그 선택이 틀린 선택일까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다. 뭔가 하든, 하지 않든 시간이 흐르는 건 같은데 그럼에도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하겠다. 언제부터였을까, 행복을 잘 느끼지 못했던 건.
스스로를 누군가와 비교하면서부터였을까. SNS 속 사람들은 너무나 다들 잘나 보여서 나만 뒤처진 기분에 사로잡힌다. 남들처럼 이것도 잘해야 하고, 저것도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상태의 내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다들 날씬한데 나만 살이 많은 것 같아서 열심히 운동을 해보았지만 변하지 않는 상황이 싫다. 그렇다고 무언가 많이 먹는 건 아니지만, 운동을 하면 배가 고파서 안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된 후로부턴 제대로 된 밥을 먹기가 힘들고, 운동에 권태를 느끼면서도 운동마저 하지 않으면 이 상태에서 몸무게가 더 증가할까봐 그만두지 못한다. 너무 오래전부터 한 운동이라 하지 않는다는 상상을 하기가 어렵다. 가끔 쉬는 건 있지만 놓아버리는 건 생각하지도 못하겠다. 사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해서 살을 뺐을 당시에도 그저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고 정말 해야할 공부만 하고는 운동하는데 시간을 들였던 것 같다. 요요가 온 건 한 번의 여행 그 한 순간이었고 그 뒤로는 아무리 운동을 해도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그래, 건강하려고 운동하는 거지'라고 생각해도 마음 속 깊은 곳에 날씬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감춰져 있었다. 남들은 예쁘고 멋진 삶을 사는데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두려움.
이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 세상 속을 살아가는 나로써는 매일매일이 무기력해지는 원인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상처입히면서까지 변하길 바란다. 이런 비슷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들을 응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 있지", "바뀌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사랑받을만한 사람이야", "쉬어가도 돼"라고 하염없이 말해주면서 정작 본인에게는 한 순간이라도 너그러웠던 적이 있을까. 남들에게는 나도 남이고, 남들이 보기에는 나도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도 생각 되겠지. 그치만 나는 나를 남을 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남에게 하는 말들은 모두 스스로가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스스로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나 혼자서는 정말 내가 그럴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어서 누구라도 그렇게 말해주길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었으면 싶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은 전혀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되뇌어봐도 조금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스스로를 믿지 못해서, 나에게 자신이 없어서, 남들에게 보여질 내가 너무나 작아서 한 없이 작아지고 만다.
선택해야만 하는 그 모든 일들이 무섭다.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 아닐까봐서, 후회할까봐서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두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면 또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가 시작된다. 그 시간은 아깝지 않은가. 말보다 행동하라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행동
하나가 힘들어서 이러고 있는 거니까. 행동하기가 쉬웠다면 고민하지도 않았겠지. 실패해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 실패에 돌아올 시선들이 무섭다. 그 실패에 소모되었을 시간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