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운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한 소녀의 이야기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저절로 나를 통제하게 되지만, 혼자가 되면 통제하지 못할거라는 걸 안다."
이건 나의 식습관에 관한 이야기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으로 식습관을 통제하려고 시도한 때가. 장난스럽게 오크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던가. 그 말로 인해 스스로가 못생겼다고 인식했을 때였던가. 아무렴 언제였든 그 계기가 무엇이었든 초등학생 때 자존감을 바닥을 쳤고 그 원인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못생겼으면 살이라도 빼야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때부터 상대방으로부터 나오는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 걸기도 무서웠다. 무시당할까봐. 그 이유는 못생겼기에.
처음에는 몰래 방에서 운동을 하는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때 당시만해도 운동은 살을 빼려고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모습을 들키기 싫어 방문을 닫았고 그와 동시에 마음의 문도 닫았을지도. 운동으로 시작해서 점차 먹는 음식도 조절하기 시작했다. 전까지는 먹고 싶으면 먹고, 눈에 보이면 편의점에 들어가서 사먹었다. 먹는 시간이나 음식의 종류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 할 생각조차 못했다. 처음에는 군것질을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사실 이후부터는 언제 어떤 식습관을 시작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기억으로는 양배추를 대량으로 썰어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칼로리가 낮은 음식들이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더더욱 섭취 음식과 칼로리를 절제하고, 운동은 더욱 열심히했다. 하루 운동시간은 기본이 1시간이었고 더 할 때가 많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했으며 학원이 끝나고 늦게 집에 오면 저녁을 포기하고서라도 운동은 꼭 해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동을 조금은 억지로 했다고 말해야겠다. 언제부터인가 운동이 주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부터는 나도 모르겠다. 운동을 좋아해서 하는건지, 운동에 대한 강박이 있는건지. 운동을 힘들게 하고 먹는 것도 제한하고 그렇다고 그만큼 감량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음식은 몇 시 이후부터 먹어야하고, 몇 시 이후로는 먹지 말아야하고. 이제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할지조차도 모르겠는 상황이 되었다. 빵이 먹고 싶어 빵집에 들어갔지만 막상 고르지는 못하고 그렇게까지 먹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눈에 보여서 먹고 싶다고 생각한 빵 이것저것을 담아 나오고, 알 수 없는 허기를 빵으로 채운다. 그렇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편의점에 들어간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그다지 먹고 싶은 음식은 없다. 하지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한참을 맴돌다 몇 가지 과자를 사가지고 나온다. 눈에 보이면 먹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먹는다. 먹고 싶은 음식이 충족되어서 먹는 것을 멈춘다기보다는 너무 많이 먹어서 더 먹을 자리가 없을때야 비로소 먹는 행위를 그만한다. 아직까지도 마트, 편의점, 빵집에 들어서면 고르느라고 시간을 허비한다.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아니 이거 먹어도 될까, 있으면 다 먹어버리지 않을까, 차라리 다른 걸 고를까. 먹고 싶은 음식보다는 먹어야하는 음식을 먼저 찾았고, 결국에는 먹고 싶다고 생각했던 음식까지 먹은 후에야 끝이난다. 한 번에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지 못하고 다 먹고 난 후에야 이 음식을 먹고 싶었던 거구나 알게 된다. 요즘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가지 음식 중에 지금 원하는 것을 바로 찾았을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한 때는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동경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나도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 속하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박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서 살고 싶은 갈망이 있지만, 어떻게 살고싶은지보다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강박에 갇혀버렸다. 살아야하는 삶이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버린 것만 같지만 벗어나갈 방법을 모르겠다. 아직도 강박 속에 갇혀 자유로움을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