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준비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우리에게는 죽음이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다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봄을 지나
열정에 타오르는 여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난다
조금씩 성숙해지며 가을빛과 함께 무르익으며
기온이 떨어지고 주위가 고요해지는 겨울로
시작과 끝을 경험한다
잠에 들면서도 매일 죽음을 경험한다
아침에 눈을 뜨며 삶이 시작되지만
더 이상 그러지 못하는 때가 온다면
그건 유일한 죽음을 맞이한 순간일 것이다
길게는 1년 짧게는 하루 단위로
그 많은 죽음을 보고 느끼는 건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나뿐인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어떤 일의 시작과 끝맺음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고 끊는 것도 동일하다
매년 세우는 계획 매일 눈을 뜨면서 시작하는 하루도
해내지 못해도 다시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들이다
올해가 지나갔으면 내년이 있고 오늘이 아니면 내일이 있다
실수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실패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우리에겐 몇 번이고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건 죽음 뿐이다
그 후회라는 건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가 아니다
지난일들을 돌아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시간들은 흘러간 시간 속에 두고
죽음 앞의 지금 이 시간도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는
그 찰나의 시간을 후회의 감정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시간으로 채워두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일생에 단 한 번 겪게 되는
죽음에 대해
그 시간이 다가왔음을
그 시간에 있음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