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운동을, 지식을 그 무엇이든지간에 배우기 시작하기에 있어 두려움이 앞선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결국에 시간 낭비가 되진 않을까, 맞는 선택일까 등등
이러저러 고민도 잠시 일단 부딪히고 느린 속도라 하더라도 차차 능숙해지는 과정에서
한 번씩 이런 생각이 든다. "나 생각보다 단단한 사람이구나"라고 말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겪어서 그런가 왠지 그 일을 이제는 잘 할 수 있을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정말 안다는 건 "조금 익숙"해지고 난 시점부터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건
여러 번의 시도들 후에 알았다.
어떤 일에 익숙해진다는 건 그와 동시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만들어냈다.
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수영을 배운지 세 달이 조금 안되었는데, 남들보다 조금은 빠르게 여러 영법들을 배워나갔다.
처음에는 아예 모르겠다가도 안되는 상태로 계속 하다보니 뭔가 몸으로 알게 되는 것 같고
그렇게 계속 하다보니 처음에는 잘 모르겠던 접영도, 평형도 잘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또 아니더라.
분명 동작을 정확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할수록 다르게 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수영을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공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낯선 단어들과 문장들이 점차 익숙해지고
하얀 백지를 다 채워나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 순간 이 개념과 저 개념이 헷갈리고 혼동되기 시작한다.
내가 알고 있던 개념들이 다른 개념들이 되어버리고 애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했다.
그 순간 단단함이 쉽게 무너져버린다.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야하는데
결코 무너진것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제대로된 시작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저 준비운동에 불과했다.
책의 목차만 살펴보고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일 뿐이다.
뼈대를 세웠으면 안을 채워나가는 건 빨라진다.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겉모습은 천천히 만들어지지만
큰 뼈대만 완성되면 금새 안전장치가 사라지고 멋스러운 건물이 등장한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아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이고
준비된 재료들을 제대로 조립해나가기만 하면 된다.
많은 경험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우리는 경험 속에서 비슷한 과정들을 반복한다.
새롭고 낯선 것을 접하고, 시작해보고, 익숙해져갔다가, 헷갈리고, 다시 돌아오고의 반복.
그런 과정에서 "전진"을 알게 된다. 비록 후진한다고 느끼더라도 분명 "전진의 후진"이다.
전진하는 과정에 후진이 있는 것일 뿐이다.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는다.
물론 경험의 초반에 불안감이 엄습하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때는 아직 확신이 없어서 그렇다. 무언가를 계속 하다보면 자신감이 생기곤 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하다보면 결국에는 알게 될 거라는" 그런 이유 없는 느낌이다.
그러니 일단 가보자. 이상하더라도 일단 계속 해보자.
어느 순간부터는 그 고비를 넘기는 과정이 점점 쉬워질테니.
아직까지도 언제까지도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을 올테지만
그걸 버틸 수 있는 힘이 너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