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0명에게 올해 최애 소비 1위를 묻다

딱 하나만 고른다면 뭐 할래요?

by 지은다움

신기했던 건 10명 모두가 다 다른 답변을 했다는 점이다. 단 한 명도 겹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각자의 니즈는 다양하고, 가치관과 소비관은 모두 다르다.



올해 1년 동안 가장 잘한 소비는 무엇인가요?


한 사람당 1년 간 약 500 ~ 1,000번 정도의 소비를 했다고 가정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최소 경쟁률 500:1 은 뚫은 것이고, 한 개인이 삶에서 (적어도 1년 동안) 어떤 가치를 중시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1위를 '라식'으로 꼽았다. 렌즈와 안경이 인생에서 사라짐으로써 1) 돈이 절약되고 2) 눈 피로로 인한 체력 소모가 없고 3) 직장생활의 질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3번을 부연설명 해보자면, 안경 쓰고 출근하거나 일을 할 때는 외모적 세팅은 거의 포기한 수험생활 같은 때가 많았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까지 이런 기분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나는 싫증이 컸다. 잘 세팅된 외모와 차림은 일의 높은 효율 및 자존감과 직결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 때문인지 실제로 그렇게 결과가 이어지는 것 같았다. 아무튼 라식을 하고 나서 생긴 이 3가지 변화가 다른 무엇보다 가장 크게 체감되었기에, 나의 최고 소비로 뽑았다.


그러고 나니 다른 사람들의 소비 1위도 궁금해졌다. 연말에 만난 친구 10명에게 '올해 가장 잘한 소비 1위'를 각각 인터뷰했다.



1. 크리스마스 트리


친구1은 대학생 때부터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이 컸다. 제대로 된 트리 하나 사서, 의미 있는 오너먼트 하나씩(예를 들어 여행 갈 때마다 모은) 사 모아 걸어두는 것. 이 로망의 발단은 대학시절 교환학생 때이다.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컵을 샀는데, 5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잘 쓰고 쓸 때마다 그 지역을 추억하게 되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컵을 무한대로 살 수는 없으니, 어딘가에 '걸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미권에서 크리스마스에 우리의 설날, 추석처럼 다 쉬면서 가족과 시간 보내는 게 부럽다고 했다. 올해 이사하면서 트리를 샀고, 그 로망을 실현했다.


소비 포인트 : 가장 좋아하는 시즈널 이벤트에 실현한 로망과 낭만



2. 와인 수업


친구2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있는데, 떠나기 전 한국에서 '와인 수업 듣고 자격증 딴 것'을 1위로 꼽았다. 약 200만 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그 투자를 통해 얻게 된 경험 지식이 훨씬 많은 것에 만족한다. 물질적, 시각적으로 보이는 건 없지만 기억에 가장 남고 '세상에 (아직도) 배울 건 많다'는 걸 느끼게 해 준 경험이라고 했다. 술과 와인이 유명한 호주에서 사람들과 대화할 거리가 많아졌고, 오랜만에 새로운 걸 배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소비 포인트 : 대화와 지식의 넓이, 깊이를 더한 새로운 배움



3. 웨딩드레스


올해는 유난히 친한 친구들의 결혼식이 많았다. 친구3은 수입 드레스를 처음 개시하는 신부가 되었고, 즉 '퍼스트웨어' 웨딩드레스를 1위로 꼽았다. 첫 개시라는 점에서 일반 웨딩드레스보다 2배 가격을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이유는 패션회사에서 수입 의류 바이어를 하는 친구라 이날만큼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바잉을 했다는 점에서 직업적 로망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소비 포인트 : 인생 가장 중요한 날에 직업적 로망을 실현



4. 뽀모도로 타이머


친구4에게 이 타이머가 가장 특별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 또는 일을 할 때 작업 효율을 수직 상승 시켜 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서할 때 종종 다른 생각으로 새는 경우가 있는데 이 타이머 덕분에 독서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또는 파스타 삶을 때도 냉장고에 붙여 놓고 타이머로 쓸 수 있어서 활용도도 좋다.


소비 포인트 : 취미, 작업의 집중력 개선



5. 새로운 스타일링 도전


친구5는 평소 안 하던 스타일링에 도전을 많이 한 해였고, 그에 쓴 소비들을 1위로 꼽았다. 원래 반지나 팔찌, 목걸이를 안 하던 친구인데 올해 처음으로 해보니 의외로 룩이 더 재밌어지는 경험을 했다. 특히 팔찌는 20살 이후 처음으로 차 봤다고 한다. 변화를 하게 된 계기는, 패션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스타일링 룩북을 접하다 보니 '어? 나도 이거 해볼까?'라는 생각이 이런 도전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안 어울릴 거라고 단정했던 것들이, 막상 입어보고 해 보니 어울리기도 해서 이러한 새로운 도전들이 재밌고 만족스럽다고 했다.


소비 포인트 : 기존에 하던 스타일이 아닌 새로운 것 대한 도전



6. 칫솔


친구6은 켄트로얄 칫솔을 1위로 꼽았다. 영국 왕실에서 쓰는 브랜드의 칫솔인데,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써 본 칫솔로 이가 더 빡빡 잘 닦이는 느낌이 좋았다고 한다. 1~2천 원 하는 저렴한 2080만 쓰던 입장에서 신세계였고, 3만 원 대 묶음으로만 구매할 수 있는 허들이 있지만 매일 하는 일상 루틴의 만족도를 크게 개선시켜 줬다는 점에서 소비의 가치가 그 친구에게는 컸다.


소비 포인트 : 매일 하는 일상 루틴의 질을 개선



7. 패딩


친구7은 재밌게도 내가 최근에 추천해 준 패딩을 실제로 구매했고, 그 패딩을 1위로 꼽았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컬러감이기도 하고, 후기도 좋은 아이템이었어서 그 친구의 소비욕을 자극했던 것 같다. 실제로 1주일에 5번은 입고 다닐 만큼 무난하면서 따뜻하고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이라, 게다가 리버시블이라 일석이조도 되어서 최애 소비를 묻는다면 당장 이 패딩이 생각난다고 했다.


소비 포인트 : 활용도, 기능, 디자인 측면에서 (웬만하면 찾기 힘든) 3박자 만족한 옷



8. 태국여행


친구8은 사실 남자친구인데, 나랑 다녀온 '태국여행'을 1위로 꼽았다. 다른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태국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그곳에서 일어난 다사다난한 이슈들 때문이다. 난관을 만나서 같이 극복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경험이 소중하다고 했다. 물질적 소비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겠지만, 본인은 그것보다 경험에 쓰는 돈이 더 만족스럽다고 한다.


소비 포인트 :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준 타지에서의 낯선 경험



9. 서랍장


친구9는 삶의 질을 가장 많이 개선시켜 준 '서랍장'을 꼽았다. 퇴근하고 나면 어질러져 있는 집의 모습이 친구에겐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회사에서도 일 때문에 힘들었는데, 집에 가서까지 정돈되지 않은 환경 때문에 편히 쉴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웠다. 쿠팡에서 저렴한 서랍장 2개를 주문했는데, 밖에 나와 있던 눈엣가시들을 이 서랍장에 모두 수납하고 나서 쾌감이 컸다고 한다. 결국엔 '수납'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경험이 되었다고.


소비 포인트 : 퇴근 후 무드와 휴식의 질을 개선



10. Maverick


친구10은 11월에 러시아에서 데려 온 새 식구 매버릭을 1위로 꼽았다. 국적이 러시아인데,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거주 중이며 새로 키울 강아지를 입양해 왔다. 강아지를 키우면 삶이 더 행복해지고, 괜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부지런하고 친절해지고). 게다가 남편과 처음 강아지를 키워보게 되면서, 남편이 강아지를 돌보는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하고 좋다고 했다. 그냥 강아지는 행복이라며..






한 해의 끝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내년은 사람들의 생활에 안전과 안정감이 더 찾아오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2024년은 정말로 보내주어야겠다. 안녕 202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