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만 재미는 있는가?

100세 시대는 달라야 한다

by 지은다움


1. 스티브잡스의 연설은 “재미” 있다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의 졸업 축사를 비교해 본다. 둘의 차이는 ‘재미가 있는가 없는가’. 빌게이츠는 우리의 시간과 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전달’하고, 스티브잡스는 ’(대학 졸업 축사인데) 내 생에 가장 잘한 일은 대학을 그만둔 것,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항상 갈망하라’고 ‘소통’한다.


여기서 스티브잡스 축사가 더 재미있는 이유는 계몽(일방적으로 전달) 하지 않고, 정서적 공감을 토대로 한 연설이기 때문이다. 논리가 아닌 감성을 자극하는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 필요한 소통의 2가지 조건은 바로 ‘공감’과 ‘재미(유머)‘. 우리의 시대는 계몽의 시대에서 공감의 시대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런 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티브잡스 연설이 더 재미있다. 이는 김정운 문화심리학자가 KBS의 한 방송에서 강연한 내용들이다.



빌게이츠/스티브잡스 하버드 축사



2. 재미가 중요한 이유, 100세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평균 수명 100세 시대이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 50세 시절의 가치는 ‘근면, 성실’이었다. 성공하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한다. 일찍 죽으니까 밀도 있게. 지금은 평균 수명이 거의 두 배, 100세 시대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예전에 중시하던 가치를 물려받아 살고 있다. 그래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번아웃’이다. 지친다. 은퇴하고 나서도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근면성실로 에너지를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진작 다 써버렸으니.. 사회적 지위가 예전만큼 못한 은퇴 후 30년은 초라해져 버린다. 텅 빈다.



3. 그럼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1)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박사는 재미있는 삶을 위해 '창조', 즉 편집(Editing)을 솔루션으로 내놓는다. 창조란 내 주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내 삶의 데이터베이스들 모으고 엮어내서 나만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하는 것. 이제 창조적인 삶, 즉 소통하는 삶(=재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 삶의 컨텐츠를 풍요롭게 엮어 내야 한다. 사회적 지위 없이도 나를 나의 스토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 내가 관심 가지는 것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남들은 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준다. 재미있으면 소통은 저절로 된다. 그래서 일단 데이터를 열심히 모아야 한다.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해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로 사람들과 공감과 재미의 소통을 한다.


100세 시대에 맞는 가치 ‘창조와 재미’.
내 이야기를 풍요롭게 만드는 삶.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저서들


이때 경계해야 할 두 가지, 그리고 해결법


김정운 박사는 이때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조급함과 불안’이라고 한다. 조급하고 불안하면 대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숲(전체)을 보는 능력이 감퇴한다. 부분만 보게 되는 오류에 빠진다. 메타언어를 상실한다. 즉 데이터 간의 관계를 엮어내는 창조적 사고를 못한다. 그래서 조급해하지 말고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오늘을 살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미래의 불안을 앞당겨 사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미래 목표를 촘촘히 열심히 세워도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상황적 요인들이 많아서, 이제는 계획대로 목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애초에 불안하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오늘 하루를 재밌게 충실히 살 것.


오늘을 살아야 한다



단, 내 ‘재미’가 어떠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라는 건 덧없는 것에 불과해진다. 재미와 의미가 만나는 지점의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의 데이터베이스를 충실하게 만들어내면서 ’그럼 어느 날, 너무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 라며 강연은 끝난다.


2015년 1월 1일, KBS 특집 "오늘, 내일을 만나다"의 영상클립


(2) 서은국 교수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과 시간을 늘려야 한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생존과 재생산을 위해 도구로써 행복을 필요로 하는데, 행복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사람’이라는 연구를 내놓는다. 물론 행복에 못지않게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불쾌감도 커서, ‘좋은 사람’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만큼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회’는 보기 드물다고 지적하며, 이런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이러한 환경이기에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하는 빈도를 높이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행복의 압축 =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다



4. 결론


(5줄 요약)

1. 우리는 이전과 달리 오래 (100세까지) 생존해야 한다.
2. 오래 생존하려면 '근면성실' 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3. '재미'는 어디서 오는가? '사람과의 교류(소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4. 첫째, 사람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는 창조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나간다. 이때 방해되는 조급함/불안을 막으려면 '오늘을 살아야 한다'
5. 둘째,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과 시간을 늘린다.


재미는 '사람과의 교류(소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나는 두 심리학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리하기로 했다. 그 외의 요인(돈, 지위, 미모 등)들이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적다. 어느 수준 도달하면 그 영향을 잃는 수준이다.


최근 친한 친구들을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대화의 소재가 굉장히 협소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혼, 재테크, 출산… 굉장히 현실 한탄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우리가 처한 환경과 문화가 이렇게나 우리의 삶을 잠식하는구나.. 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집에 가는 길에 들었다. 나라도 더 긍정적이고, 삶의 재미를 공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에 재미를 나누는 대화가 더 퍼졌으면 좋겠다.


요즘 어떤 재미로 사니?



최근에 10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다. SNS를 통해 연락이 닿아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에 치여 고갈된 에너지는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끔 우리를 조종했다. 결론적으로는 나에게 먼저 만나자고 용기를 내 준 그 친구에게 너무 고맙다. 우리는 신사동 카페에서 만나서 약 3시간 정도를 아메리카노 하나 사이에 두고 입이 마르도록 수다를 떨었다. 같은 세상 아래 다른 생각과 취향, 또 그 안에서 겹치는 가치관들을 아주 신나게 공유하면서. 나도 점점 내향인이 되어가는 걸 느끼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먼저 만나자고 다양한 사람에게 용기를 내야겠다. 이렇게나 좋은 시간을 놓쳐 버리는 게 아쉬워서라도.


아무튼 이 글을 정리하다 보니 최근의 이런저런 일화가 생각났다. 열심히 살지만 재미는 있는가? 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YES라는 대답이 선뜻 나오지는 않는 것이 섭섭했다. 재미있는 삶을 살아야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창조하고 공부하고 소통하며.








(관련 영상 첨부입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한 번 시청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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