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까지 살고 싶어? 나는 60살

by 지은다움

언제까지 내가 내 삶을 좋아해 줄 수 있을까? 그때까지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그럼 몇 살까지..?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나 스스로도 고민해 봤다. 우리의 답이 각자의 삶의 형태와 가치관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내 답은 이렇다.




몇 살까지 살고 싶어?


나는 대략.. 60살까지 살고 싶다. 오오-래 사는 것에 도무지 욕심이 안 생긴다. “60살에 스위스 가서 안락사하면 좋겠어 ㅎㅎ”라고 친구들에게 농담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1

여럿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내가 내 삶을 좋아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고 싶다. 너무 주름이 자글자글 해지거나 신체적으로 역력히 노화가 체감될 때쯤이면, 그런 나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머리도 잘 안 돌아갈 테고, 시장에서 노동의 가치도 하락할 테고... 인생은 '받아들이기' 미션의 연속인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 늙은 나를 좋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거울을 봤는데 주름이 자글자글한 내 모습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 것 같아



#2

또, 노후 준비를 한다고 청춘을 저축하고 아끼는 데 쓰고 싶지 않다. 미래를 걱정한답시고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싫다. 나는 여기에 있고, 내 시간은 지금 흘러가는데 "대비" 하느라 지금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깝다. 최근에 갑자기 뉴욕 여행을 다녀온 것도 이 생각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데 미래를 위해 꽁꽁 저축해 두는 게 무슨 소용이람? 미래의 내가 어찌 되었든, 지금의 나부터 구해내는 게 중요했다.


다만 플렉스나 과소비랑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다. 내가 생각하는 플렉스/과소비는 내가 가진 능력을 과도하게 넘어선 (할부나 빚지면서까지 하는) 소비이다. 열심히 저축해 둔 돈을 크게 한 번 쓰는 것과는 다르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뉴욕행 티켓을 끊었다.



나 다음 주에 뉴욕 갈래


뉴욕에서


#3

마지막으로, 오래 살기에는 대체로 피로한 환경이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무, 원하는 회사.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는 내가 목표했던 것을 대체로 이루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결국 ‘대체로 피로한 삶’으로 귀결이 된 것 같다. 나는 경쟁에서 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고, 남과 꾸준히 비교하며 나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고, 트렌드와 다른 도전을 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더 힘들었을 뻔한 삶을 구제해 준 교육환경과 나의 근면성실함에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가져다준 것은 ‘안정적이고 안전한 삶’이지 ‘다채롭고 대체로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삶이라면 살아있는 동안은 누리고 싶은 매력적인 선택지 이긴 하지만, ‘오래’ 누리고 싶은 선택지는 아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오래 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지금 현재의 행복에 조금 더 집중을 하게 된다. 미뤄만 왔던 것을 바로 실행해 보는 용기도 선뜻 생기고, 내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을 굳이 경쟁하는 데 쓰고 싶단 생각은 증발되고, 남을 이기기보단 베푸는 쪽을 더 선택하기도 하고, 남이 뭐라든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그런 마음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생이 정말 짧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건가?






사실은 내가 정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문제이기도 했지만, 생각을 해보는 것 자체는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과정이었다. 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단명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래서 나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또, 우리 사회에서 죽음에 관해서는 논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인데,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에 관련해서 더 자유로운 논의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비공식 나누었던 대화를, 브런치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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