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묻고 놀랐다
이 질문에 유일하게 1명만 다른 답변을 했다.
"너희는 다시 태어나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어?"
이 질문에 '한국' 이라고 대답한 친구가 1명도 없었다.
유일하게 자기 나라에서 또 태어나고 싶다고 한 외국인 친구 1명이 있었다.
이 2개의 사실은 꽤나 흥미로웠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스웨덴"에서 태어나고 싶다. 사실 북유럽 국가는 다 좋은데, 국가 하나로 딱 꼽아보자면 스웨덴. 워킹홀리데이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하다.
이유는 너무 단순해서 민망하다. "행복한" 나라라고들 해서. 그간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스웨덴은 대체로 5위권 안에 들었다. 반면, 한국은 50 순위권에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는 나라에서, 꼭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행복"에 대한 갈망에서 기인한다. 나에게 "행복"은 살아가면서 너무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대체로 행복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항상 바란다. 그런데 내가 경험하기론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는 행복감을 자주 느끼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빨리빨리, 경쟁, 치솟는 물가(특히 집값), 돈 최고, 집단주의, 관료주의' 문화 속에서 나는 행복감 보단 피로감, 회의감을 더 자주 느낀다. 그래서인지 행복감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럼 왜 행복지수 1등 핀란드가 아니라, 스웨덴을 부러워하는데? 여기엔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다. 스웨덴은 행복한 나라이면서 동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배출해 낸 나라이다. 바로 코스(COS). 코스 옷은 깔끔한데 항상 디테일한 디자인 포인트가 덧대어 있어서 내 옷 중에 가장 많고,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무난한데 무난하지 않은. 대충 입은 것 같은데 차려입은 듯한. 그런 바이브가 너무 좋다. 아무튼 인테리어와 패션 카테고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스웨덴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케아(IKEA), 아크네(Acne Studios), 토템(Totême), 아워레가시(Our Legacy)까지 스웨덴에서 나왔다. 얼마나 감각적인 나라인가! 내년에 스웨덴 가려고 돈 모으고 있다.
한국인 친구들 중엔 '한국' 이라고 답한 친구는 1명도 없었다. 호주라고 답한 친구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프랑스, 덴마크. 유일하게 외국인 친구 1명이 자기나라 '러시아' 라고 답했다.
한국인 친구들은 다른 나라를 고른 이유가.. 타국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한국에 대한 어떤 싫증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그럼 러시아 라고 답한 친구는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답했을까? 사실 친구는 러시아의 전쟁 이슈 때문에 한동안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라고 답했다. 이유를 물었다.
조금 더 ‘쉬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강해져야 했던 부분들이 부드럽게 무너졌을지도 몰라.
러시아는 나를 강하게 만들었어. 단단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배울 수 있게 해줬고,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법을 알려줬어.
아마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을 깊이를, 그곳에서 얻었어.
이유를 듣고 나서 난 한참 생각에 빠졌다. 결국엔 실제 환경이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에 답이 있었던가? 친구의 답에 '한국' 으로 바꿔 넣어도 어색하지 않다.
조금 더 ‘쉬운’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강해져야 했던 부분들이 부드럽게 무너졌을지도 몰라.
한국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어. 단단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배울 수 있게 해줬고,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도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법을 알려줬어.
아마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을 깊이를, 그곳에서 얻었어.
사실 난 시니컬한 편이라서,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려있다' 는 말을 맹신하진 않는다. 그렇게 만든 환경에도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친구가 부럽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점을 더 크게 볼 수 있는 힘.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며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힘.
나는 대부분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해 절대적 환경 아래서 한없이 무력함을 느낄 때가 많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 그렇다보니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 더 둔탁하고 흐릴 때가 많으며, 대신 가끔씩 찾아오는 햇살을 아주 반갑게 여긴다. 거기서 행복을 가끔씩 짙은 농도로 경험한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부럽긴 하지만, 내가 친구처럼 생각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걸 안다. 각자의 성향에 맞게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도 친구의 답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은 '힘든 것의 반대편에 무엇이 서있는지, 누리는 것의 반대편에 무엇이 있었는지' 때때로 생각해 보자는 의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