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조회수 4천★ 팀장님 고성 집에서 1탄
금요일에 사무실의 분위기는 다른 평일들과 사뭇 다르다. "주말에 뭐 해?", "금요일인데 오늘 퇴근하고 뭐 해?"라는 설레는 질문들이 오가는 대화가 여기저기 들린다. 이번 나의 대답은 동료들을 꽤나 놀라게 한 듯했다.
"전 회사 팀장님네 집에 놀러 가! 무려 강원도 고성"
팀장님은 10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프리랜서로 독립해 서울과 고성을 오가는 일상을 지내고 있다. 강원도 고성에 바다가 보이는 집을 빌렸다며, 언제든 놀라오라던 가벼운 초대의 말들에 "네~ 날씨 풀리면 꼭 놀러 갈게요" 대꾸하긴 했었는데 진짜로 가게 될 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나 팀장님 보러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퐁 들어 바로 연락했고 바로 날짜를 잡았고 바로 버스표를 끊었다. 추진력 좋은 둘이 박수 치면 이렇게 된다.
사실 금요일 저녁에 버스 터미널로 가는 길이 이렇게 지옥인 줄 처음 알았다. 하긴 평일에 퇴근하고 고속버스 탈 일이 아예 없었으니까. 간신히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 올라타고 나서 10분 정도 지났을까,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한다. 퇴근하고 나 혼자 고속버스 타고 강원도로 떠나다니, 그때서야 실감이 났다.
아 나 지금 여행 가는구나. 피곤해서 바로 잠들 것만 같았는데, 막상 잠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갑자기 에너지가 솟고 영감이 피어올라 아이폰 메모장을 켜서 생각을 끄적끄적 적어내었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내 삶을 사랑할 수 있는 형태로 살아가야 하지 않나?”
“회사를 그만둔다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강사를 해볼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벌써 터미널에 도착했다. 고작 두 시간밖에 안 걸리다니! 택시를 타고 20분쯤 달렸을까 팀장님이 마중을 나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테이블에 차려진 목살 스테이크와 된장국과 눈이 마주쳤다. 너무 맛있겠잖아! 퇴근하고 강원도 고성에 달려와, 나를 위해 따뜻한 음식을 차려 준 팀장님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란…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소스 보다도 고기와 잘 어울렸다.
올리브오일을 입은 참외가 후식으로 등장한다. 처음 보는 노오란 예쁜 참외 비주얼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다. 맛있는 디저트까지 먹으며 새벽 1시까지 떠든다. 팀장님은 스위스에서 산 잠옷을 나에게 빌려준다. 왜냐하면 그 잠옷이 다른 어떤 잠옷들보다 나에게 잘 어울렸다. 결국 나는 그 잠옷과 아주 비슷한 셔츠 하나를 꼭 장만하리라 다짐한다.
자기 전에 다시 본 팀장님의 집은 정말 예뻤기 때문이다. 혼자 뿌듯해하고 흐뭇해하며 북 치고 장구치고 사진을 마구 찍는다.
"얼른 들어와 ~! 이제 자자"
넓고 하얗고 높은 침대 위에서 팀장님과 나란히 누워 또 수다를 떤다.
모달 이불이 너무 부드럽고 부드럽다.
이내 잠이 들었다.
1박이 2박이 된 나의 고성 여행은 다음 글에서 계속...
(도대체 어쩌다 팀장님과 이렇게 친해진 건지.. 어쩌다 2박씩이나 팀장님 집에서 머물게 된 것인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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