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고성 집에서 2탄
아침에 일어났는데 하늘이 흐렸다.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차와 함께 테이블에서 나눈 모닝 대화는, 흐린 날씨의 아쉬움을 금방 잊게 해 주었다. 우리는 오늘 하루 무엇을 할지, 인생의 고민은 무엇인지 등 아침부터 생산적인 대화에 홀딱 빠져버렸다.
둘 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좋아했고, 주도적으로 무언가 생산하는 삶을 이상향으로 삼은 사람들. 일할 때도 그랬었다. 내가 한창 사회초년생 마케터로서 눈이 말똥말똥할 때,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우왕좌왕하는 나를 어떻게든 키워내고 싶었던 팀장님이었다. 욕심도 많고 일이 전부였던 팀장님 밑에서 나는 사실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래서 많이 배웠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의 포트폴리오는 모두 이때 만들어졌다) 리더의 신뢰가 얼마나 맛있는지 그때 알았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하고 예쁜 팀장님의 몸을 보며, 나도 돌아가면 다이어트 제대로 해야지! 하는 뻔하고 짧은 다짐을 또 한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요가복과 가디건 덕에 기분이 좋아진다. 예쁜 옷을 입으면 너무 행복한 나이기에..
바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왔더니, 어느새 사과 브런치가 준비되어 있다. 땅콩버터 요거트를 먹고 기절할 뻔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있었다니? 사과를 이 소스에 찍어 먹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처음 먹어보는 맛에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으악 너무 맛있어! 이건 정말 집에서 나도 해 먹어야지.
“하루 더 자고 가!” 팀장님의 가벼운 제안을 나는 덥석 물었다. 원래 이렇게 즉흥적으로 여행을 하루 더 연장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내가 이것을 하겠다는 건 그 여행이 정말로 너무 즐겁고 편안하다는 뜻이었다.
“당장 버스 알아볼게요!”
팀장님이 빈티지샵에서 구매한 자라 청자켓을 입었는데 나한테 너무 잘 어울리지 뭐야? (나중에 이 옷 나 주셨다) 아무튼 그렇게 입고 북끝서점에 갔다.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분위기로 도배된 그곳에서 나는 책 하나하나 구경하며 온전히 그 시간에 빠져든다. 서점 주인의 취향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 그 취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또 요즘 나의 관심사가 담긴 책 제목들을 지나칠 때면 빼먹지 않고 사진을 찍어둔다.
“정신과 영수증”
“오직 영국에서 일어나는 일”
“기획의 말들”
그리고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팀장님과 둘이 앉아 잠시 조용한 대화를 나누던 중, 서점 주인이 다가와 따뜻한 차를 예쁜 잔에 따라 주셨다. 그런데 30초 뒤 내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유는 아직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 당시의 감정은 그냥.. “너무 행복했다” 추측건대, 아주 낯선 평화로움과 낯선 이의 따뜻함 속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행복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팀장님은 그런 나를 보고 한참을 놀렸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이동했다. 바나나 누텔라 크루아상으로 허기를 달래며, 우리는 또 꿈에 대해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밖으로 이동해 바닷가 옆에 있는 큰 돌에 앉아 인터뷰 영상을 찍는다. “팀장님은 어떻게 프리랜서가 됐어요? 그렇게 회사를 사랑하시던 분이…” 이것에 대한 답변은 나의 다음 유튜브 영상 주제가 될 예정이다.
그러고 나서는 팀장님 친구를 만나러 간다.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단번에 느껴지는 친근감과 매력은 나를 너무 설레게 했다. 우리는 함께 플리마켓을 구경하고, 어떤 카페의 빈티지 옷들도 구경하고, 민박집도 들렀다가 '무사'라는 주점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도 플리마켓이 한창이었고, 시골마을의 작은 파티처럼 사람들이 모여 앉아 맛있는 걸 먹으며 함께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다음 글에서 계속...
(고성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은 무슨 일들을 하고 있었는지,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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