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할 일 화이팅!

by 지은다움
여러분은 요즘 ‘가짜 할 일’을 하고 있나요?


가짜 할 일이라니,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친구가 남자친구로부터 “가짜 할 일 화이팅!”이라고 말을 들었다는 게 귀에 꽂혔다. 처음엔 피식 웃었지만, 곱씹을수록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가짜 할 일이란, 사실 꼭 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해서 큰 손해가 생기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서’ 굳이 만들어서 하는 일. 누군가는 ‘쓸데없는 짓’이라 말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오히려 이 가짜 할 일들이 삶을 더 진짜답게 만든다.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진짜 할 일이다. 재고를 확인하고, 매출을 챙기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들. 그것들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고, 내가 맡았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퇴근 후 책상 앞에 앉아 브런치 글을 쓰거나, 카메라를 켜서 브이로그를 찍을 때면 나는 전혀 다른 생동감을 느낀다. 그 순간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오늘은 꼭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가진 가짜 할 일 들을 하나씩 꼽아보자.


첫째, 브런치 연재.

2022년 봄, 세 번의 도전 끝에 간신히 브런치 작가로 합격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쓸 줄 몰랐다. 글을 안 쓴다고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니고, 금전적인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누적 조회수 100만을 찍었던 날에는 진짜 할 일로는 느낄 수 없던 전율이 찾아왔다. 회사에서 아무리 실적이 잘 나와도, 그날 느꼈던 벅참과는 달랐다.


둘째, 유튜브 브이로그.

처음엔 그저 기록용으로 시작했다. “이거 봐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늘 따라다녔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댓글 하나가 달린다. “저도 이런 취향 좋아해요.” “영상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어요.” 그런 반응을 보면, 내가 만든 작은 영상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에 괜히 뭉클해진다. 굳이 시간을 내서 편집하고 올리는 이 가짜 할 일 덕분에, 내 삶은 더 단단해진다.


셋째, 친구들과 만든 뉴스레터.

솔직히 말하면 이건 꽤 고생스럽다. 일요일 저녁이면 마감 전쟁을 치르듯 글을 붙들고 씨름한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싶다가도, 발행 버튼을 눌러 메일함에 도착한 우리의 뉴스레터를 보면 온몸에 힘이 풀린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만든 작은 결과물이 세상 어딘가로 흘러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차다.


생각해 보면,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건 언제나 가짜 할 일이었다. 회사에서 쏟아낸 보고서보다, 친구와 밤새워 쓸데없는 수다를 떨던 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성과지표보다, 굳이 사 왔던 꽃 한 송이의 향기가 더 선명하다. 남들에게는 의미 없는 일일지라도, 내 인생에서는 그것들이 가장 진짜 같았다.


나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짜 할 일이 없는 인생이야말로 진짜 가짜 인생일지도 모른다고. 진짜 할 일만으로는 하루가 굴러가지만, 그 사이사이 가짜할 일이 있어야 비로소 하루가 살아난다.



오늘도 나는 내게 속삭인다.

“가짜 할 일, 화이팅.”



우리는 수입을 내지 못하는 관심사들에 대해 평가절하하기 쉽다. 그러나 수익성을 가치와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직업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활동이더라도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상당히 가치있을 수 있다. 그런 활동은 우리에게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으며, 나중에 보상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정신이나 신체 건강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책 <모든 것이 되는 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