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녹색 토마토
2017. 05.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나와서 학생들과 길을 건너려는데, 한 아저씨가 철원 농장에서 직접 재배된 토마토를 판매하고 계신 것을 발견했다. 트럭에는 토마토 상자를 부욱 찢어 "철원농장 직판"이라고 투박하게 적혀 있던 글귀가 놓여 있었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반강제로 끼니를 자주 거르던 나는 토마토를 먹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토마토는 빨간색 소쿠리에 약 5-6개씩 들어있었다. 녹빛이 군데군데 섞여 있는 토마토들이 오와 열을 이루고 있었다.
"어떤 걸로 드릴까?"
허리를 웅크린 채 물어보신다.
"갯수가 많은걸로 주세요"
나는 평소 나가는 길에 들고 다니기 편하게, 그리고 먹기 편하게 작은 크기로 여러 개 들어있는 바구니를 원했다.
그 때 아저씨는 나를 한 번 올려다 보셨다. 그런데,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셨는지, 혹은 주머니 사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는지(실제로 그렇다) 무조건 양이 많은 걸 원하는 걸로 알아들으셨나보다. 물론, 이 생각은 내가 선택한 바구니를 보고나서 내린 아저씨의 생각이 아니라, 이후 아저씨가 길을 건너려던 나를 다시 불렀을 때 내가 판단한 나의 생각이다.
아무튼, 굉장히 고마워 하시면서 함박미소로 건네주셨다.
"고마워요"
"많이 파세요"
길을 건너려는데,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젊은이!!"
이 호칭이 나를 부르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면 돌아보게 되는게 사람 심지인지라.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토마토 아저씨다. 그 목소리는 나를 향해 있었다.
달려오시더니, 내 손에 덜 익은 토마토 하나를 더 쥐어주셨다. 아무말 없이 그냥 쥐어주셨다.
"이것도 가져가"
한 마디하고 하고 돌아가셨다.
"고맙습니다!"
이 기억이 뇌리에서 자주 멤도는 것은, 묘한 여운이 남아서이다. 요즘 주변에서 아저씨라는 말을 줄곧 들어오다가, 백팩을 메고 있던 덕분인지 조금은 너그러워진(?) '젊은이'라는 말을 들었다. 옆에 어린 학생들이 같이 하고 있어서였을까. 모르겠다.
그 '젊은이'라는 부름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저씨와 학생 사이, 그 애매한 경계의 호칭이 '젊은이'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순간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그 경계에 있기 때문에, 그 경계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숫자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환산할 수 없는 질문이지 싶다.
토마토도 나를 닮은 싱싱한 녀석으로 주셨나보다.
아저씨가 주신 이 푸른 토마토는 단순히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덤으로 건네준 불량품 처리가 아니라, '젊은이'를 향한 무언의 응원 메시지가 아닐까
#토마토 #건대입구 #젊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