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I. 머리말
II. 연구 방법
1. 질적 연구의 필요성
2. 자료 수집 방법
3. 연구참여자 선정
4. 자료 분석 방법 및 과정
5. 연구의 타당성과 제한점
III. 연구 결과 및 논의
1. 양안 관계 인식
1) 대만의 청춘 드라마는 우리의 우상(偶像)이다
2) 대만은 역사이래로 중국의 고유한 영토이다
3) 대만 문제는 민족단결 문제의 핵심이다
2. 남북 관계 인식
1) 한국 언론은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2) 항미원조(抗美援朝), 중국은 자국을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
3)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의 제재가 남북 갈등의 원인이다
3. 양안과 남북 관계 인식 비교
1) 남북은 국가 간의 외교 관계이며, 양안은 중앙 정부와 지방의 관계이다
2) 남북과 양안의 내분은 미국에 의한 민족상잔이다
연구참여자들과의 면담 결과 대만에 대한 인식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 매체와 학교 교육, 정부의 선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형성되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중 연구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답변의 특징은 바로 중국 정부의 선전과 대만과 관련된 통일 정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연구참여자들에게 현재 중국 정부의 통일 정책인 일국양제에 대한 견해와 정부가 일국양제를 통해 이루고자하는 민족단결의 의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10명의 연구참여자들은 모두 양안 관계에 관한 인식이 정부의 민족단결 정책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닌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답변을 토대로 연구참여자들은 이미 역사교과서 서술이 정부 정책에 의해 주도됨에 따라 일정 부분 편향성을 띤다는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참여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다.
[연구참여자1]: 저는 정부의 일국양제 정책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재 일국양제보다 더욱 합리적인 방안은 없기 때문이죠. 대만에서는 일국양제의 지지율이 1%도 안 됩니다. 그러나 민족단결은 곧 중화민족의 부흥을 의미합니다.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은 바로 중국몽을 대표하는 것인데요. 이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는 민족단결과 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 중화민족은 반드시 청조의 강성했던 시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국가들이 자신의 내부 통일을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것과도 같습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다시는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기 위함입니다.
[연구참여자1]: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 저는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결이 더욱 중요하죠, 단결되지 못하면 오직 멸망만 있을 뿐입니다. 국가가 멸망하는데, 비판 능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연구참여자1에게 대만과의 통일은 강력한 중국을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 중 하나와도 같다. 연구참여자는 ‘부흥(复兴)’과 ‘회복(恢复)’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전적으로 청조의 전성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현재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강한 중국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경제 성장에 있다. 따라서 연구참여자에게 통일이 의미하는 바는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참여자2]: 저는 일국양제 정책을 지지합니다. 민족단결과 국가 안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 정책은 현 상황 하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정책이라고 볼 수 있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입니다. 다른 문화와 정치 환경에 다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홍콩과 마카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대만 문제 때문에 대륙에서 모순이 발생하여 대륙의 상황에 영향을 끼치게 둘 수는 없습니다. 물론 비판은 할 수 있습니다. 분명 언론에는 자유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정부의 대응은 국가 전체를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각 분야를 모두 종합해서 만들어내는 것이죠. 특히 경제 문제가 그러합니다.
연구참여자2는 홍콩과 마카오의 사례를 통해 일국양제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두 지역이 중국으로 편입된 이후, 대륙과의 문화 교류는 물론, 국제적 지위 향상과 경제 발전이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지역들이 일국양제 정책으로 중국에 통일된 이후 해당 지역 내부에서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내부 경제와 문화 발전이 어떠한 양상을 띠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들이 실제로 경험한 바는 없다. 따라서 이들의 근거 역시 중국의 언론과 매체 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참여자2]: 대만에서는 그렇게 분명하지는 않습니다만, 분명히 반대할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나의 국가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의 선전과 문화적 영향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대만과 미국이 합작해서 만들어냈습니다.
[연구참여자3]: 대만 사람들은 이 정책을 멸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합니다. 대만인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크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이 포용성이 강한 다원화 국가라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지역에는 자유무역지구를 만들어준다면, 경제발전과 국제무역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각 지역의 왕래가 더 자유로워질 것이고, 또한 친척들도 만날 수 있죠.
한편으로는, 연구참여자들은 현재 대만인들이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비교적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대만인들이 일국양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중화주의에 대한 반감에 기인한다. 즉, 중국과의 통일 이후 정치제도 상의 민주화와 시민 사회의 자율성이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참여자들은 이와 같은 반중국 정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국양제를 통한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대만 인식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미국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대만인들이 일국양제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정책에 불만과 불신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미국의 간섭이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즉, 미국과 대만 정부가 합작해서 선전과 교육을 통해 대만인들의 사고를 세뇌시켰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양안과 남북 관계를 비교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데, 몇몇 연구참여자들은 대만과 더불어 한국의 배후에도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반영된다고 답변했다.
[연구참여자6]: 비록 대만 사람을 만난 경험은 적지만, 일국양제를 실시한 이래로 양안의 경제와 문화 교류가 부단히 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국양제는 양안 지역 국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참여자5와 연구참여자6은 일국양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두 지역 간의 경제적 이익에 초점을 두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후술하겠지만, 연구참여자들에게 정부의 민족단결과 통일 정책을 경제 발전을 위한 주요한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일국양제의 실현은 경제 성장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 지위의 강화와 과거의 강성했던 중국을 재현하는 상징이다.
[연구참여자5]: 모든 사람들이 사회성을 받아들일 때에는 언제나 희생을 감수하기 마련입니다. 민족이 단결하지 못 하면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완전한 비판 능력이 없다면 저는 각성이 되어 있는 사람이라 여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돌이켜보면, 저는 여전히 각성이 되어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동시에 안정적인 사회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이고 싶기도 합니다. 이기적인 태도이죠.
그러나 연구참여자5의 경우 역사서술은 객관성을 지켜야 하는 것뿐 만 아니라, 역사서술이 현실적인 문제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이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함을 주장했다. 연구참여자5의 답변을 통해 역사교육 인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읽어낼 수 있었는데, 연구참여자들은 역사 학습의 객관성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발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현실적인 가치에 대해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와 같은 답변은 앞서 ‘애국’에 관한 인터뷰와 비교하면 더욱 솔직한 답변으로 보인다. 연구참여자5는 자신이 ‘애국’을 행하는 것과 스스로 객관적인 역사교육 인식을 형성하는 것은 철저히 별개의 문제라는 어투로 답변했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그가 행하는 ‘애국’이 언제나 정의롭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양안 관계와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모순이 존재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연구참여자5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모순들을 연구자와 같은 외부인과의 접촉 과정에서 쉽사리 인정하고 비판하려는 자세를 숨기고, 정부 정책을 옹호하면서 그것을 납득할 수 있게 대변하는 것, 바로 그것이 그가 인식하는 ‘애국’이다.
[연구참여자7]: 일국양제를 제가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납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족단결을 목적으로 한 역사적 서술과 관련해서 제 개인적인 인상이 가장 깊었던 것은 바로 원나라와 관련된 역사 서술입니다. 세계사 서술의 각도에서 원나라의 묘사에 대해 살펴보면, 모두 이 시대는 북방 유목민족이 한족이 세운 정권을 침략하고 압박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원 왕조를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보지는 않죠. 하지만 중국 역사 서술은 줄곧 원 왕조가 중국 역사의 일부분으로 서술해왔습니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표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저는 이러한 표현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원 왕조는 당시 헝가리까지 영토를 넓혔지만, 중국인은 원 왕조가 헝가리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족단결이라는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만약 원 왕조가 북방 유목민족이 중국 전통 한족 정권을 침략했다라고 여긴다면 한족과 몽고족을 대립하게 할 것이고, 이것은 민족단결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이렇게 하는 것이 비록 일반적인 역사서술의 논리와 부합하지는 않을지라도, 현실적으로 보자면 이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서술의 객관성과 민족단결이라는 양자를 비교했을 때 연구참여자마다 비중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연구참여자9와 연구참여자10을 제외하고 모두 민족단결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연구참여자들은 스스로가 현행 역사교과서가 정부 중심적인 서술 체계로 이루어져 있고, 역사서술상 객관적이지 못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응답도 동시에 밝혔다. 즉, 연구참여자들 스스로도 충분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참여자들은 정부 정책을 더욱 우위에 두었고, 경제 성장을 통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연구참여자9]: 저는 일국양제를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면 국가를 분열시킬 뿐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이러한 부당함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자들과 일반 사람들이 함께 의심을 품고 객관적으로, 관용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비판 능력을 기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비판이 있어야 반성이 가능하고, 그래야만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참여자9와 연구참여자10은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 정책이 폭력적이고 중국 중심의 이기적인 정책이라고 답변했다. 연구참여자10은 어떠한 대상이 서로 의견을 합치고, 통일을 이루려고 할 때에는 상대방의 자유의사에 따라 행해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대만 내부에서 대부분의 대만인들이 중국과의 통일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참여자9는 객관적인 역사서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 실시되는 역사와 정치 교육이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는 별도의 독립된 집단과 단체가 이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에 따르면 개개인들도 정부의 선전만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와 집단은 동일한 문제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특정한 쟁점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의견을 종합해야만 가장 합리적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교과서 서술 문제에서도,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연구참여자9는 한국에 온 이후로 주로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답변했다. 이는 한국에서는 중국에서 배우지 못 했던 역사적 사실이나 소식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일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
[연구참여자10]: 일국양제 정책에는 많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홍콩과 대만의 회귀는 그들에게 타락과 멸망의 길만을 가져다주었을 뿐입니다. 저는 민족단결이라는 이 족쇄로 인간의 행동을 규범화하고,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에 대해 많이 듣고, 많이 봄으로써 자신의 견해와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양 국이 역사 왜곡을 한다면?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비판능력을 기르는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일부분의 시선으로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식견을 쌓고, 그것으로부터 진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진정한 안정의 기초는 비판과 반성에 있습니다. 우리는 장기간의 미래와 장기간의 발전을 볼 줄 알아야 중국 모든 국민들이 함께 발전할 것입니다.
연구참여자10은 2차 인터뷰부터 줄곧 개개인의 건전하고 비판적인 역사교육 인식의 형성이 중국이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중국의 역사교육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본 연구참여자는 현 정부의 역사왜곡에 대해 스스로가 역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고 답변했고,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과 대만, 그리고 다른 국가와의 원만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온 만큼 연구참여자는 비판적인 역사교육 인식을 위해서는 하나의 쟁점에도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다양한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보고 들어야 하는데, 현재 중국인들은 정부의 통제된 교육환경 속에서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참여자는 현 중국 정부를 전제국가를 지향하는 독재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