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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i Apr 15. 2024

01.
게임, 또 하나의 세상. 나의 도피처.

좁디 좁은 방을 나와, 세상으로.


게임은 또 하나의 세상이다.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마침내 만들어진 세상은 아름답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색채로 꾸며진 자연, 아름다운 건물, 내게 호의적인 사람들…. 그 무엇도 완벽한 세상의 주인공인 내 앞을 가로막을 수 없다. 실로 꿈같은 세상이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 https://kbench.com/?q=node/222329


그렇기에 나는 게임 속으로 빠져들었다. 끝없는 경쟁, 공부, 자격증, 스펙 마련, 취업 준비, ……. 어렵고 각박한 현실보다는 잠깐이나마 평화로울 수 있는 환상 속 세상을 택했다. 


어릴 때는 단순히 재미있으니까 게임을 했다. 게임을 통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친구와 우정을 쌓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나는 여전히 게임을 즐긴다.


내가 직접 찍은 게임 '로스트아크'의 스크린샷


하지만 과거 또는 지금과 달리, 몇 년 전쯤의 나에게 확실히 게임은 재밌는 취미보단 일종의 도피처에 가까웠다. 그 시절에는 재밌어서라기보단 마음이 편해서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해야만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게임이야말로 현실의 나를 잊을 수 있는, 간신히 숨을 쉴 수 있던 작은 골방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좁디좁은 곳에 틀어박혀 현실을 외면하기란 불가능했다. 나는 잘만 다니던 대학을 갑자기 휴학하고 골방에 틀어박힌 처지였다. 휴학은 기간이 정해져 있는 데다, 슬슬 가족들이 나를 걱정하던 참이었으니.


다만 내가 나만의 굴에서 빠져나오기로 한 것은 그저 가족에게 미안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의 나는 가족들조차 눈에 뵈지 않을 정도로 ‘도피’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다.


https://www.donggukin.or.kr/news/articleView.html?idxno=4431


내가 그 음침하고 더러운 방에서 빠져나오기로 한 이유는 아주 사소한 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골방 생활을 청산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참. ‘외면했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업보들’이 나를 덮쳤다. 차마 마주하기 두려워서 보지 않았던 것들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 비탈길을 구르는 눈두덩이처럼 굴러왔다. 애써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너무도 끔찍했고 또다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뭐, 그럴 때마다 어찌저찌 울고불고 매달리며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이다. 여전히 때때로, 종종은 다시 도망치고 싶긴 하더라. 물론 안 그럴 거지만.



내가 현실로 발을 디딘 건 작년 중순 무렵부터다. 의외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그 기간 동안 어떻게든 현실을 부여잡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분명 나와 같은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나와 같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도망친 사람들 말이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을 꽤 많이 봤지 않은가.


그러던 와중, 마침 브런치를 발견했다. 내 이야기를 쓰기 딱 좋을 것 같았다. 


아직 세상을 마주하기 두려운 이들에게, 비슷한 삶을 살던 내가 여기 있다고 보여주고 싶다. 나의 이 글이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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