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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ti Apr 16. 2024

02.
바뀌고 싶다는 생각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어느덧 벌써 4월. 봄이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분홍인 듯 흰색인 듯 수줍은 빛깔을 머금은 벚꽃이 보인다. 때마침 벚꽃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보고 싶으면 당장 옷을 챙겨 입고 문을 열어 밖으로 한 걸음 나가면 금방이리라.


그래, 그렇다. 그 단 한 걸음. 단 한 걸음이. 과거의 내게는 참 어려운 행동이었다. 컴퓨터 앞을 벗어나 고작 집 밖으로 1m 발을 내딛는 게 그렇게나 힘들 줄이야.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어쩔 수 없이 문밖으로 나갈 때면 항상 인기척이 있진 않은지 살폈고, 그러다 운 나쁘게 사람을 마주치면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을 바라봤다. 눈은 핸드폰 화면을 향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내가 이상해 보이면 어떡하지?', '날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저 사람은 지금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같은 불안이 차올랐다.


당시 나의 하루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오전 7시, 취침. 오후 4시, 기상. 일어나면 먼저 배달음식을 시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일단 게임을 몇 판쯤 하다 음식이 오면 컴퓨터 앞에서 밥을 먹으며 다시 게임에 몰두. 잠깐 피곤하다 싶으면 양치, 또다시 게임. 슬슬 새벽 4~5시가 되면 불안과 우울, 외로움을 만끽한다. 그러다 피곤해지면 침대에 누워 핸드폰. 곧 아침 7시가 되어 겨우 수면.



지금 이 과거를 돌이켜보니, 어떻게 이렇게 하루를 참 한심하게 보냈을까 싶기도 하고. 헛되이 보낸 시간이 꽤 아쉽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안타깝고 씁쓸하다. 내가 숨을 쉬는 방법이 오직 게임밖에 없었단 뜻이기도 하니까.


그랬던 내가 점차 현실을 마주하게 된 건 같이 게임을 하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사진: Unsplash의 Joe Dudeck


과거, 나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었고 특히나 길드(현실로 치면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아리, 모임과 비슷하다.)에 들어가 있었다. 원래 뭐든지 하루온종일을 함께 부대끼면 친해지는 게 인간관계 아닌가? 나도 비슷했다. 자연스레 길드 사람들과 친해져 있었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우리 나중에 현실에서 약속 잡고 만날까요?’ 같은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라. 너도 나도 좋다, 만나자, 우리 어디서 볼까, 뭐 먹을까, 뭐 하고 놀까…….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와중, 같이 노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싶지만, 동시에 아주 초라한 내 모습을 보자니 부디 만남이 흐지부지 무산되기를 바라는 내가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입으로는 ‘네, 언젠가 시간 되면 만나요’라고 대답하지만, 실제론 마음 편히 만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도 싫었다. 게임에 빠져 오랜 시간 나 자신을 방치한 탓이었다. 나는 도무지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싶었다. 그때 처음으로 모니터 옆 자그마한 쓰레기들을 치워봤던 것 같다.


참 어이없고 사소하지만 이게 내 계기였다. 그저 내가 부끄러워서. 달라지고 싶어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묻고 싶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진 않은지. 쓰레기로 뒤덮인 방에서 '밖'은 나와 연관이 없다 생각하며 커튼을 치고 컴퓨터 앞에 앉진 않았는지.


내가 직접 찍은 벚꽃 사진

하지만 자신을 바꾸는 건 결국 '스스로 자신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다. 다만 그 계기가 나처럼 아주 사소하냐, 아주 거창하냐의 차이일 뿐.


나만 해도 그렇다. 실제로 나는 은둔생활을 청산하고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나.


나를 바꾸는 건 남도, 가족도 아닌 '나'다. 나처럼 누군가가 계기가 될 순 있어도,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그 어느 때건 늦지 않았으니, 단 한 번이라도 나처럼 스스로 부끄럽고, 창피했다면, 그런 스스로 자신이 싫다면, 함께 달라지자.


당신은 분명 바뀔 수 있다.





헤더 벚꽃 사진: Unsplash의 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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