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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Apr 26. 2024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

나름대로 제법 뜨겁게 살았다.


학력은 중학교 졸업 후, 고졸 검정고시와 사이버대 입학을 거쳐서 대학원 박사수료까지 마쳤다.


고등학생 나이 때부터 댄스학원 강사를 하면서 돈을 벌었고, 이후 식당알바, 카페알바, 국비지원교육, 프리랜서 신문기자, 베이비시터를 전전하며 공부에 필요한 돈 일부를 충당했다.


석사 졸업 후에는 돈과 경력을 위해 바로 취업을 했다. 시험준비나 좋은 자리를 재는 것은 사치였다. 제일 밑바닥인 용역사에서부터 시작해 계약직 연구사를 전전하다가 이제는 정규직이다.


제법 좌절을 많이 했다.

스펙에 맞지 않는 모든 것에 다 도전하고, 깨지고, 운 좋게 잘됐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아무리 위태롭다 하더라도, 이 자리는 수많은 후배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자리 중 하나이고 그들의 티오 중 하나쯤은 더 확보를 해주고 싶은 것이 모자란 선배의 욕심이다.

그래서 뒤로는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지역이든 뭐든 핑계 대지 않고, 지금 이 자리보다 영광이 있는 높은 자리로 이직하는 게 아니라면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여기서 하나쯤은 해내겠지.


내가 하는 일은 일반 행정은 아니다.

조직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주목받는 업무가 될 수 없다.

그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애쓰는지를 묻고, 내 자리의 존재의미를 물을 때도 있다. 국가에서 요구하는 필수업무, 시스템과 조직의 체계 중 한 축을 만들고 관리하는 업무, 그런 것을 이해 못 하는 사람이 많다.


사내정치를 하며 권력다툼하기, 나는 이 일 못한다며 신입들에게 과다업무를 주기.

현 회사는 정도가 심하다.

버티기 위해 다 내려놓고, 언제 올지 모를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요즘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신념으로 일하는 분이

나는 회사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일하는 거라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할 때, 자연스레 눈물이 났다.


커다란 조직에서 혼자서 성과를 이루고도 전문직이라 당연한 것이며, 조금만 틀어지면 혼자서 뒤집어써야 하는 우리가. 밀려오는 기타 행정업무를 매일매일 쳐내면서도 행정직을 하지 않고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

굳이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장을 절대 떠나지 않은 이유.


나도 가끔은 생각한다.

그게 뭐라고.

하지만 우린 그냥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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