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남동뱀딸기 Apr 22. 2024

남자친구 어머니의 녹용

나는 원래 골골거리는 타입에 잔병이 많다.

특히 오지근무를 시작한 뒤로는 제때 제대로 된 병원을 가지 못해서 작은 병을 크게 키우고 있다.

감기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아 도시의 병원에 가니, 이미 너무 오래 앓아서 축농증이 되어 있었고 그 이후론 조금만 추워도 바로 콧물감기가 생긴다.


5년 전, 디스크 돌출 판정을 받고 나서 나름의 관리를 했었는데 현 직장에서 요가 같은 것을 다니지 못하고 살이 좀 많이 불었더니 허리도 대번에 말썽이다.


지난 주중에 허리를 두 번이나 삐었다.

월요일에 한 번 삐었고, 근육이완제와 찜질로 이틀 만에 다 나았나 싶었지만 금요일 아침 출근길에 다시 삐었다.

덕분에 북극곰을 만날 때 즈음엔 허리통증으로 인성이 박살 나있었다. 북극곰은 나를 여기저기 용무를 보아야 할 곳으로 픽업해주고(하필 처리할 일이 많았다), 밥도 해주고, 마실 것도 떠다주며 매우 애썼다.

그러다가 나의 인성 박살 패악질에 정형외과를 억지로 데려갔다.


왜 억지로 데려갔냐 하면, 디스크가 터지지 않은 걸 알기 때문에 자가치유 하려 한 나의 고집 때문이다. 분명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니 mri니 찍을 테고 어차피 터지지 않았으면 약이나 타고 물리치료나 받겠지.


역시나 mri를 찍었고, 약을 받고 물리치료를 했다.

4번, 5번 디스크의 돌출로 신경이 눌렸다는 진단이다.

그래도 치료를 받으니 효과가 있긴 했다. 제정신이 돌아와서 나의 수많은 패악질에 대해 북극곰에게 사과했다.


다시 살을 빼서 허리의 부담을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젠 진짜 생존을 위한 감량이다.


관사에 돌아오니 타이밍 좋게 녹용이 배달되어 있었다. 몸이 약한 나를 위해 북극곰 어머니께서 매년 보내주시는 녹용이다. 요즘은 정말 온몸의 기운이 빠진 상황이라서 진심으로 어머니께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집 부모님은 북극곰을 환영하지 않아서, 자녀가 만나는 사람에게까지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다만 단순히 헤아리더라도 보통의 마음이 아니니, 매번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아직 너를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