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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Mar 06. 2024

동갑내기 남자친구와의 첫 태백여행

2024년 2월, 함백산 등산

지난 2월, 설 연휴의 함백산 등반기록이다.


설 연휴 전날 남자친구(이하 북극곰)가 퇴근 후 대전에서 태백으로 올라왔다.

폭설이 내려 설산 등반하기 딱 좋은데...... 하며 북극곰을 꼬드긴 나였다.

태백에서 자고, 다음날 일찍 등산 갔다가 각자 집에 돌아가는 일정은 여유롭지 않지만 장거리연애자들은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 잠시라도 만난다.

북극곰은 대전에서 태백으로 2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는데, 길이 막혀서 꽤 늦게 도착했다.

주꾸미와 왕돈가스로 저녁을 해결하고, 태백 시내의 모텔에서 자고 일어나 아침 10시쯤 길을 나섰다.


함백산 등산로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에 어딜 찍어야 하는지 몰라서 태백선수촌을 찍고 출발했다.
태백선수촌이 나오면 그대로 지나쳐서 등산로가 나올 때까지 차를 끌고 가면 된다.


함백산은 차를 타고 제법 위까지 오를 수 있어서 가성비 좋게 등산할 수 있는 산이다.

체질상 몸이 잘 붓는데, 함백산을 등산하고 나면 깨끗한 산소를 마셔서인지 편도와 임파선  붓기가 바로 가라앉아서 좋다.

좋은 산은 남들도 다 아는 걸까.

꽤 많은 등산객들이 이미 등산로 밑에 주차 중이었다.


하긴 바람도 안 불고, 해가 쨍쨍하면서도 폭설로 쌓인 눈이 녹지 않은 완벽한 날이다.

등산객들은 아이젠, 등산스틱, 등산복까지 착용한 완벽한 모습이었는데, 나랑 북극곰은 등산이 취미가 아닌지라 대충 입고 나왔다.
북극곰은 장갑이 없어서 3m 장갑을 꼈고,
나는 추울까 봐 밍크기모로 만든 얼룩말무늬 몸빼바지를 입었다.

제설되지 않은 곳을 밟으니 무릎까지 빠졌다


산 중턱에선 포크레인 한 대가 열심히 제설작업 중이었다.

바람을 맞아 한쪽 가지에만 눈을 올린 쓸쓸한 나무를 지나서


드디어 저 멀리 함백산 정상이 보였다.


함백산을 여러 번 올라봤지만 북극곰과 함께 온 건 처음이라서 기뻤다.

함백산 뿐일까. 사실 둘이서 제대로 태백을 둘러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우리는 동갑내기라서 그런지 만나는 기간 동안 제법 치고받고 다퉜다.

그러다가 내가 강원도 오지로 이직하면서부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끈질기게 만났다.

남들은 장거리연애를 하면 격주로 만나거나 한다던데,

주말 가족일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편도 4시간 거리를 매주 왕복한 지 거의 2년째이다.


2024년은 함백산 기운을 받아서 우리 관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길 기도해 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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