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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멋대로 Oct 20. 2024

라디오를 베고 잘 때

그 때 나의 일상에는 이야기가 없었고 소통이 부족했다. 생각이 많았다. 잠을 잘 못 이뤘다. 몸이 뻣뻣하여 꿈자리가 사나웠다. 베개만큼 폭신한 인연을 맺을 수가 없었고 방법을 몰랐다. 대신에 라디오를 벴다. 나를 모르는 목소리에 기댄 하루. 요령 없는 사람은 그렇게라도 부대껴야 했다.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라디오를 베고 누웠다. 나는 딱딱했다. 라디오는 말랑했다.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뉘면 나도 한두 시간쯤은 물러지는 기분이었다. 원래 무표정일 때 이래요, 했지만 실은 침통했던 얼굴에 엷은 표정이 피었다. 웃었다. 이만큼 포근한 단방향 매체를 나는 아직까지 새로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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