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과메기를 샀다. 추운 계절이면 꼭 한 번은 맛보고 넘어가야 하는 음식이다. 우선 배송 온 과메기 40쪽을 8쪽씩 5묶음으로 나눴다. 나머지를 냉동실에 넣고 한 묶음 가져와 손질을 시작했다. 꼬리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는 작업이다. 죽 죽 벗겨내는 손맛이 짜릿하다. 겉 손질을 끝내고 한 입 크기로 잘라냈다. 파와 마늘쫑도 먹기 좋게 썰어서 구운 김과 함께 접시에 담았다. 초장 종지를 내면서 모든 차림을 마쳤다.
준비한 술은 화랑. 쉽게 구할 수 있는 전통약주 중에 가장 선호하는 제품이다. 가까운 이마트에서 구매했다. 화랑은 주식회사 경주법주양조에서 만드는 약주(청주)다. 모회사인 금복주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맛있는참’ 소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만드는 술답게, 화랑은 전국 대형마트, 백화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은 마트 기준 4000~5000원대. 완전 저가는 아니지만 부담 가는 가격도 아니다. 무엇보다 돈 한 푼 아깝지 않은 품질을 가졌다.
한 상 차려놓고 나니 술이 마려워 견딜 수 없었다. 통통하고 기름이 잘 오른 과메기를 구운 김에 올려 먹기 시작했다. 혀에 닿는 초장의 새콤함, 고소한 김 풍미에 이어지는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좋다. 파와 마늘쫑의 알싸한 향은 일말의 비릿함을 조용히 덮어버린다. 냉장고에서 화랑을 꺼내 잔을 채웠다. 과메기 한 쌈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한 모금 들이켠다. 여러 식재료로 뒤섞인 입 안을 가시어 내는 말끔한 맛. 첨가물이 없어 정돈된 단 맛과 과하지 않게 절제된 누룩 향이 느껴진다. 제대로 된 한 상을 차렸다는 기쁨이 몰려온다.
최근 주변 친구들에게 화랑을 맛보여줄 일이 몇 차례 있었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친구들한테서도 좋은 반응이 따랐다. 알코올이 튀지 않고 맛 자체에 지나침이 없어서일 테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한식과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크림 파스타와도 상당히 잘 맞는다고 느껴 즐겨 페어링한다. 취하기 위해 참고 마시는 술이 아니라, 본연의 향미와 음식과의 조화를 잘 갖춘 술을 비교적 쉽게 접해보고 싶다면 꼭 한번 찾아 마셔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