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자세와 생각
연차가 쌓여가고 7년 가량 직장생활을 하면서 종종 남의 일이지만 내가 다 부끄러운 상황들을 마주한다. 얼마전에는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동년배지만 연차가 적은 동료직원이 타팀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퇴근이 늦어져 온갖 티를 다 내며 키보드를 아작내듯이 내리치며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부서 동료이기에 그 이야기를 타팀 직원분에게 들었을 땐 내 얼굴이 다 붉어졌다. 얼마전 애인에게서 ‘화내는 건 부끄러운 일이야, 넌 지금까지 일하면서 화를 내는 직장사람을 몇번이나 봤니?’라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없었다. 아니, 기억 나질 않았다. 그런 부정적인 기운을 내는 사람을 자체적으로도 거르는 성격이기도 하고 머리속에 담아둘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니 몇 명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이 있기는 했다.
오늘은 또 친하게 지내고 아끼는 후배에게서 ‘일을 하는 중인데 또 다른 일이 겹쳐 들어왔다.’ 라는 고된 한숨 섞인 말을 들었다. 후배의 팀은 반복되는 기획일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기에 그런 일은 자주 있었다. 헌데 거기에 난 ‘이제 적응해야지, 일인데.’ 라는 꼰대같은 소리를 해버렸다. 그리고 바로 나쁜 뜻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라며 바로 사과를 했지만, 어떻게 내 입에서도 이런 꼰대발언이 나오게 된 것일까 에 대해 생각해봤다. 후배는 이제 입사한지 1년 반 정도가 되었고 그 일을 시작하게 된지도 같은 시간이 지났다. 반복되는 과정이 1년 가량 쌓이면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연 단위로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고 이를 짧게는 한달 많아도 두달 안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하는 내 입장으로선 1년 6개월이란 시간이 무척이나 길다 느꼈던 것이다. 물론 친하기에 푸념섞인 고민풀이는 괜찮다. 부도덕한 상황이나 억울한 상황에 대한 한풀이도 괜찮다. 하지만 왜일까, 오늘따라 그 한마디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아니면 잠시 마음이 좁아져 쓸데없는 말을 해 상대에게 상처를 준건 아닐까 마음 한 켠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