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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뭍톰 Jun 08. 2018

나이는 먹고 눈치는 늘어가는 날 돌아볼 때

이유있게 기분이 상할 때

감정의 골은 생각치도 않게 깊어진다.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렸다. 적당히 해도 될 듯 한데 유난스럽게 그런 날들이 있다.

이정도로 되는게 아니라 이것까지 해야할 정도로 그런 날,

업무에 지쳐도 6시 땡하면 편한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식사 약속을 잡았기에 버틸 수 있었다.


샌드위치로 대충 떼운 점심이 에너지가 다할 때쯤 친구를 만나 이동을 하려다

얼마전 퇴사 결혼 이민 삼종세트의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여자 후배를 만났다.

난 ‘이제 모든게 다 새롭게 시작하겠다 잘 지낼거다.’ 라는 말로 안부를 전하는데 대뜸 그 친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근데 선배님, 결혼하면 기분이 어때요?’

음? 난 결혼을 한적도 없고 심지어 얼마전에 남자친구와 이별을 했는걸..? 라고 당황스럽게 대답했지만 이내

‘그래 내가 결혼할 나이가 되긴 했지..’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일수밖엔 없었다.


서른도 훌쩍 넘긴 나이에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마전 이별까지 해버렸다.

이 친구는 장거리연애도 5년넘게 유지하다가 결국 사랑의 힘을 믿고 국경까지 넘는 아인데.

난 순간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 나이먹고 제대로된 사랑도 하지 못한 걸까 하는 마음에.


생채기가 난 기분에 저녁약속까지 이참저참하여 파토가 났고,

난 집으로 쓸쓸히 돌아와 동생과 삼겹살을 궈먹었다. 그토록 먹고 싶던 돼지고기.

요 몇일 앉았다 일어날때마다 빈혈이 너무 심해 고기가 필요해를 몸 스스로가 느꼈는데,

이제서야 충족시켜줬다.


내 스스로를 사랑해줘야 하는데 자꾸 나이가 들수록 그게 점점 힘들어진다.

일부러라도 내 자신에게 다그쳐야 한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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