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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유사 Apr 27. 2016

현관 문 앞 당신 '누구세요?'

야근 후 맞이한 문앞에 쓰러진 당신

2번째 서울의 별방에 살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살던 곳은 4층 높이, 한 층에 4가구가 붙은 5평짜리 미니원룸이었다. 보증금 500에 월세 45만원 미니방. 그나마 신축 새입주라 작아도 내 집이다라는 애착이 가는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12시 경. 나는 가장 월세가 싼 4층 꼭대기에 살았기에 밤중에 등산을 하는 기분으로 계단을 올랐다. 4층까지 반계단 남은 상황, 왠 까만색 다리가 보이고 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내 집 현관문 바로 앞에 왠 남자가 (떡실신이 된것인지 기절을 한 것인지)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머리속에 드는 온갖 시나리오, 

'누구지 몇 달전 만난 소개팅남인가..' 아니야 그럴리 없어 밤마다 연락은 했어도 집은 모르잖아?

'옆집 총각인가..' 우리층엔 여자들만 사는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옆집 여자분의 남친인가..' 근데 왜 내 문앞에서 침까지 질질 흘리고 누워있는거지?


시간이 늦지만 않았어도 흔들어 깨워 현관문옆으로 치워두고 집에 들어갔겠지만, 자정이란 시간은 내게 공포 그 자체였다. 안되겠다 싶어 다시 1층으로 내려가 경찰을 불렀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한 것인지 집 근처 100미터 거리에 구청크기의 경찰서가 있었다. 하지만 5분..10분 이 지나도 경찰은 오지 않았다. 무서웠다. 이런일이 아니라 성폭행이라도 당할 상황이라면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가.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1이 넘게 떨어졌고, 1분 1초가 아까운 그 시간 몇 분이 지나서야 드디어 경찰차가 눈에 보였다. 경찰아저씨 두 분은 쿨내를 풍기며 무슨일인지를 물었고 한분은 먼저 4층에 올라가본다 한 뒤 사라졌다. 곧 무전기로 '이거 나 혼자 안되겠는데~'라는 소리가 들려 나는 남은 경찰아저씨와 함께 4층으로 올라갔다. 


떡실신남은 온몸이 오징어처럼 늘어진채 경찰아저씨에게 메달려 있었다. 입에선 알수 없는 '어..어..'라는 가오나시같은 음성이 나왔고 아저씨는 웃으면서 '이 아래층에 사는 남학생 같은데요?'라는 말을 했다. 그 순간 오늘이 3월초 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강시즌, 잊고 있었구나. 직장라이프에 익숙해져 학생라이프의 생태계를 그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니 풋내가 어렸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경찰아저씨 두 분은 힘겹게 오징어남을 끌고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그제서야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남의 집 도어락에 메달려 자기집 번호를 눌렀을 상황을 생각하며 웃다 잠들었다.


이 사건이 생기고 4년이 지난 지금, 아래층에 살던 그 오징어남 지금은 어느 회사의 신입사원이 되어 떡실신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지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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