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 사람이라는 것

사람의 나이듦에 대하여

by 느유사

나이가 든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앞자리가 3의 숫자일 때는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다. 그저 숫자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출근길이나 퇴근길, 바쁘게 걷다 잠깐 멈춰 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 속에서, 나는 자꾸 나이 든 사람들의 ‘뒷모습’에 시선이 머문다.


지팡이를 짚고, 몸보다 훨씬 커 보이는 배낭을 메고 걷는 어르신들.

다리가 가늘고 느린데도 그 걸음에는 어딘가 단단한 의지가 있다. 무릎이 불편한 듯 살짝 기운 몸을 일으키며, 신호등이 바뀌기 전 재빨리 건너려 애쓰는 모습. 주변의 빠른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그 걸음은,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내 눈에 오래 남는다.


예전엔 그저 지나쳤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뒷모습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용히 쿡 찔리는 기분. 어쩌면 나도 그 무게를 조금씩 짐작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떤 날은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내가 걷던 속도를 느리게 맞춘 적도 있다.

앞서 걷는 노인의 걸음을 따라 걷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분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매일 아침 일어나 준비하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어딘가로 향하는 삶.

그 배낭 안에 ‘’것은 무엇일까. 도시락일까, 약 봉투일까, 누군가에게 전할 무언가일까. 그리고 그 등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쌓여 있을까.

이름도, 나이도, 사연도 모르는 사람의 뒷모습이 자꾸 마음에 남는 건, 그 안에 내가 모르는 어떤 시간들이 들어 있을 것 같아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아마도 그런 시간이 몸에 쌓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얼굴을 보고 나이를 짐작하지만, 나는 요즘 그보다도 뒷모습을 본다.

그 사람의 걸음, 등을 짊어진 자세, 그리고 잠시 멈춰 섰을 때의 기운. 그런 것들 속에 시간은 조용히 스며 있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걸을 것이다.

조금 느리게, 조금 더 숨을 고르며.

지금은 그 속도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그 걸음을 내딛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지금의 내가, 너무 성급하게만 살아왔다고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은 잠깐,

내 앞을 걷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빠르게 흘러가는 길 위에서도

어쩌면 진짜 인생은, 그런 느린 뒷모습 안에 있는지도 모르니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이 ‘든’ 사람.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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