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 브런치에 쓴 마지막글이 작년도 아니고 재작년인걸 보고 새삼 충격받았다는 것부터 먼저 쓸까. 아니면, 그렇게 긴 시간을 쉬었는데 왜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는지부터 써야 할까.
예전에는 말이야. 그래도 종종 책을 좀 읽고 글도 쓰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놓았다. 곧 있으면 전세기간이 만료되는데, 이사 올 때 꾸렸던 책꾸러미를 여태 풀지 않고 있다가 그대로 들고 이사 나갈 판이다. 예전이 언제인지 말하면 스물여덟, 스물아홉. 인생의 암흑기 같았던 이십 대 후반 아홉수에는 미래의 내 모습이 걱정돼서 답이 없는 고민만 할 때 나름의 해소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그렇다 할 해답은 찾지 못하고 그렇게 글 쓰는 취미가 생겨버렸다.
연 나이로나 만 나이로나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삼십 대가 된 지금에서 나의 이십 대 후반을 돌이켜보면, 정말 남의 이야기 같다. 그 불안함에서 내뿜었던 행동력은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아서, 장렬하게 불타오르던 생동감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바싹바싹 말라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여유를 되찾았다고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미화된 게 확실하다.
예전에는 평일 퇴근 후 아니면 날씨가 좋은 주말 낮에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좋아하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노트북을 하는 게 쉬운 일상이었면 지금은 손꼽아 기다릴 소중한 순간이 되었다. 새로이 취직한 직장에서 결혼으로 지방으로 내려가게 된 동료에게 넘겨받은 n잡 자리와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될 줄 생각도 못했던 동호회 활동을 같은 시기에 다 같이 시작하면서 여유로움과 생이별을 했다.
새로운 직장을 다니면서 3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투잡이 쓰리잡이 되었고, 동호회에서는 1년간 운영진 업무를 맡게 되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대되는 설렘과 욕심을 양손 넘치게 꽉 잡고 놓치지 않게 숨만 쉬었는데도 6개월이 순식간에 지났다. 그동안 휩쓸리지 않게 그저 버티기만 하다가 조금씩 발맞추고 점차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면서 문득 이별했던 여유로움과 다시 만났다.
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로 노트북을 가방에 챙겼다. 오늘은 주간 근무가 끝나면 정말 끝이다. 퇴근하자마자 직장 근처 눈에 보이는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바로 들어갔다. 통창 너머로 지는 노을을 구경하면서 노트북을 똥땅거린다. 당연했던 취미가 오랜만의 취미가 되어서 놀랍기도 하면서도 여전히 좋아하는 취미로 남아있다는 게 다행스러운 기분에 괜스레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