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꼬시는데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에 나를 꼬시는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먹는 것'이다. 시골에 살았던 어릴 때, 엄마는 내게 시내에 같이 장 보러 가자며,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나를 꼬셨다. 동네에 편의점은 커녕 가정집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동네엔 패스트푸드 가게가 있을 리가 없었고, 엄마가 말하는 그 '햄버거'는 내게 엄청난 유혹이었다.
당연히 내가 생각하는 감자튀김은 얄쌍하고 짭조름한 후렌치후라이 감자튀김이 햄버거 세트의 꽃이고 패스트푸드의 정석이었는데 통통한 웨지감자, 양념된 케이준 감자가 세상에 나와버렸다. 버거킹과 맘스터치를 두고서 감자튀김 때문에 롯데리아로 향하는 내 발걸음의 무게를 누가 알아줄까.
그러다 마침, 우연히도 새로 이사한 우리 집이 무려 맥세권이다. 배달의민족으로 맥도날드를 주문하려고 보니 매장에서 결재하는 것보다 배민에 측정된 금액이 더 비쌌고 (맥도날드 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 포장조차도 앱으로 주문할 때가 더 비싸다!) 기본 배달 예상 시간 매번 70분으로 잡혔다. 맥세권인 나는 빠르게 주문 취소를 하고 자전거 핼맷을 챙긴다.
심야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렌치후라이와 선데이 아이스크림을 포장해와다 먹는 야식의 맛은 직장인의 평일이 끝난 금요일 밤, 주말의 맛이다. 이보다 더 감자튀김이 맛있는 순간과 장소가 있다. 바로 여행을 떠나기 전 서울역에서 먹는 햄버거 세트는 맛없으래야 맛없을 수가 없는 그런 맛이다.
평일, 칼같이 퇴근을 하고서 서울역으로 뛴다. 안 그래도 환승구간이었던 동대문 역사공원에서 잡아먹히는 시간이 아까운데 에스컬레이터 공사를 했던 기간엔 더 멀리 가서 환승하느라 진땀을 뺐었던 적이 있다. 본가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넘어 11시가 다돼갈 테니, 가는 동안 내내 배고픔에 허덕이고 싶지않으면 퇴근길에 지지않고 치열하게 서울역으로 달려야한다. 역에서 나의 소울푸드를 먹으며 딱 맞게 기차에 탑승하는게 내 나름의 소소한 재미였다.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수서역에서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대합실에 앉았다. 여기에 있는 거라곤 샌드위치 가게와 공차뿐. 맥도날드도 없고 롯데리아도 없다. 코로나 시국이라 열차 안에서 감자칩에 캔맥주를 마시는 승객도 없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변했다.
9시 30분 기차가 신경주역에 도착하면 곧장 치킨텐더 세트를 포장해다가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탄으로 먹어야겠다. 내게 햄버거는 엄마가 사주던 유혹이었고, 친구들과 나눠먹던 감자튀김은 주말 야식에서 출발탄으로 변했다. 또 모른다. 감자튀김은 슈가버터프라이가 진리라고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