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세 가지 물건을 정리하기로 약속하다
그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집 안에서 물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상상.
날마다 물건이 조금씩 사라지다가, 결국에는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게 되는 상상.
마지막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아내와 둘이서, 간단한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집 안의 물건 중에서, 하루에 세 가지씩 추려낸다.
골라낸 물건들은 버리거나, 팔거나, 기부한다.
"물건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그냥 버리면 되지, 번거롭게 규칙 같은 것은 왜 만들어요?"
"그렇게 조금씩 정리해서, 언제 정리를 끝마쳐요?"
네, 맞습니다.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꺼번에 정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규칙 없이 그냥 버리는 것이 더 낫고,
조금씩 버려서 언제 정리를 다 마칠 수나 있을지,
걱정하는 마음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빠르고 효율적인 정리가 목적이라면, 이 방법은 분명히 틀린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빠르고 효율적인 정리만이 능사일까요?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요?
아내와 둘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한 번 돌이켜 보았습니다.
함께 살아오면서, 꽤 많은 물건들을 버리면서 살아왔더군요.
이사할 때마다, 대청소를 할 때마다, 새 물건을 살 때마다, 많은 물건들이 버려졌습니다.
때로는,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버리기도 했습니다.
충동적으로 버리고, 시간에 쫓겨서 버리고, 마지못해 버린 물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물건을 버리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버릴 물건과 버리지 않을 물건을 구분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기필코 버려야지'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소용없습니다.
막상 눈앞에 물건을 마주하게 되면, 결심은 어느새 흐지부지 되니까요.
"이 물건 힘들게 마련한 것인데, 어떻게 버려."
"이 물건은 지금 당장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 사용할 일이 있을 거야."
"이 옷은 살쪄서 지금은 못 입지만, 살 빼고 다시 입어야지."
"이 물건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 못 버리겠어."
아내와 함께 힘들게 정리를 마친 뒤에도, 결국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물건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 일을 반복하다 보니,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버리거나, 정리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집 안에 최소한의 물건만 구비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물건 하나 버리는 것도 정말 힘든데,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미니멀리스트들이 사는 집에 비하면, 저희들이 사는 집은 쓰레기장 같았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들이 사는 모습을 본다고, 갑자기 그들처럼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처럼 흉내를 낸다고, 순식간에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렇게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힘든 걸까?
왜 이렇게 물건을 버리는 것이 힘든 걸까?
그래서, 날마다 조금씩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밥 먹는 것처럼, 청소하는 것처럼, 설거지하는 것처럼, 정리도 날마다 하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날마다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정리를 마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와 더불어서, 물건들을 버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고, 물건에게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물건들의 사연을 듣고, 추억도 들으면서, 저희가 무엇을 잘못해 왔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계획 없이 물건들을 사들이고, 거침없이 소비한 삶에 대해 반성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냥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싫든 좋든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켰던 물건에게,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나가는 물건들의 사진을 남기고, 기록하고,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본 적도 없습니다.
반드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없습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꿈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 일을 마쳤을 때, 저희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의 주변에 어떤 것들이 남아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들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일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지금은 저희만의 방식대로, 곁에 있던 물건들을 기념하고, 떠나보낼 생각입니다.
불현듯, 이 일은 저희들의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