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개의 사연을 떠나보내다
오늘 정리될 사물 세 가지입니다.
루돌프 사슴 인형, 플라스틱 스푼, 그리고 연꽃문양이 새겨진 장신구입니다.
루돌프 사슴 인형의 말부터 들어 봅니다.
“지금 나를 버리려고 여기 꺼내 놓은 거야? 당신들 제정신이 아니군.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하려고? 혹시, 잊은 건 아니지? 크리스마스가 해마다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야?
기억 안 나? 해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나를 걸어 놓고 캐럴을 흥얼거렸던, 당신들 모습 말이야.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진짜 루돌프 사슴이 된 것 같았다고.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내가 빠지면, 얼마나 허전할지 상상해봤어? 이런! 이런! 혹시 말이야, 올해에는 나보다 더 멋진 루돌프가 들어오는 거야?
그런 거라면 나도 양보할 수 있지. 내가 꼭 트리에 걸려야 한다는 법도 없는 거니까. 집 안 아무 데나 걸어 놓아도 개의치 않을게. 어쩌면,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기분이 날지도 모르잖아? 어때? 괜찮은 생각이지? 나 같은 인형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옆에 있는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스푼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 원래 역할은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용도였어요.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당신들을 처음 만났고요. 제 친구들 모두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면 늘 버려졌는데, 저만 운 좋게 살아남았죠. 왜 저를 버리지 않는지 어리둥절했어요.
이 집에 와서, 깨끗이 씻긴 후에 햇볕에 말려졌죠. 그건 참 기이한 경험이었어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거든요. 아이스크림을 푸는 일도 더 이상 하지 않았어요. 코코넛 오일을 푸는 역할을 했죠. 아! 내가 다른 일도 할 수 있구나. 내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물건이 아니었구나. 그때 처음 알았죠. 이곳에 오기 전에, 사람들은 저희들을 일회용 스푼이라고 불렀어요. 저는 제가 일회용인 줄로만 알고 살았어요. 그런데, 저는 일회용이 아니었어요.
맞아요. 저는 두 번째 삶을 산 거예요.”
연꽃 문양이 새겨진 장신구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참, 슬픈 시간이었어. 오랫동안 잊힌 채로 살았으니까. 차라리 사랑받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고.
오래전이었지. 당신들이 부여에 왔을 때니까. 그때, 나는 선택되었지. 지금 내 모습은 이렇지만, 원래 나는 목걸이였어. 예쁜 목걸이였지.
한 동안 사랑도 독차지했지. 나는 항상 목에 걸려 있었거든. 목걸이로 태어나서, 목에 걸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지.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녀는 더 이상 나를 목에 걸지 않기 시작했어. 내가 싫증난 거였지. 그리고 서서히 잊혔지.
그렇게 잊힌 채로 산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녀가 나를 다시 찾았어. 깊숙한 서랍 안에서 나를 꺼내 들었지.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었구나. 이제 곧 예전처럼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지만, 설렘도 잠시 뿐이었어. 내 목줄을 자르더니, 나는 다시 내팽개쳐졌지. 원래 내 목줄에는 다른 게 걸렸고, 나는 또 버려졌지. 정말 슬펐어.
날마다 캄캄한 구석에 앉아서 생각했지. 어쩌면, 잊히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할 일이 또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삶을 살다 간 일회용 스푼은 아쉽게도 세 번째 삶은 살지 못했습니다.
연꽃 문양 목걸이가 참 예쁜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서른일곱 개의 물건이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