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13일 차

40개의 사물이 떠나다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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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리될 사물 세 가지는 면도날, 일회용 면도기, 그리고 플라스틱 빗입니다.




가장 먼저 면도날이 말을 꺼냅니다.


“보다시피 나는 일회용 면도날이야. 사람들이 그렇게 나를 부르지. 그런데, 나를 한 번만 쓰고 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한 번 이상은 사용한다고. 그런데도, 나를 일회용이라고 불러. 참 이상하지?

그런데 이 집 면도기 주인 말이야,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내가 몇 번이 사용됐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야. 날이 잘 안 드네. 면도를 마칠 때마다, 그렇게 말해놓고. 다음번 면도할 때 나를 또 쓴단 말이야. 그리고, 날이 잘 안 드네. 또 이야기해. 덕분에 내가 얼마나 혹사당한 줄 알아?

나도 내가 일회용이 아닌 것은 알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새 면도날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 잘 드는 새 면도날이 자그마치 3개나 더 있었다고. 세상 사람들 모두 이 집주인처럼 나를 쓰면, 면도기 회사들은 전부 망할 거야.”


가만히 있던 일회용 면도기도 할 말이 있나 봅니다.


“면도날 네 이야기 들어 보니까, 나는 혹사당한 것도 아니었네. 나는 일회용 면도기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3번이나 더 쓰였어. 그렇게 쓸 거면, 애초부터 일회용이라고 부르지를 말던가. 이름은 그렇게 지어 놓고, 왜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는 거야?"


플라스틱 빗이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네들은 좋겠다. 그렇게 열심히 일이라도 실컷 하고 가니까 말이야. 나는 빗으로 태어나서, 머리 한 번 제대로 빗겨본 적이 없어. 보다시피, 나는 일회용도 아닌데도 말이야. 마음만 먹으면 나는 평생 사용할 수도 있다고. 대대손손 물려줘도 돼. 나는 잘 썩지도 않으니까. 그런 나를 제대로 쓰지도 않고, 이렇게 버리다니.

더군다나 이 집주인들 확실히 이상해.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머리도 안 빗고 사는 건지. 특히 남자 주인은 머리 빗는 것을 한 번도 못 봤어. 대머리도 아닌데 말이야. 참, 신기한 일이야.”




새 면도날을 찾은 날, 오래된 면도날은 버려졌습니다.

더 이상 일회용 면도기를 일회용 면도기라고 부르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플라스틱 빗이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용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마흔 개의 물건이 정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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