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14일 차

43개의 물건이 떠나다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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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리될 사물 세 가지입니다.

스위트 칠리소스, 스파게티 소스 빈병, 그리고 타르타르소스입니다.




가장 먼저 스위트 칠리소스가 말을 시작합니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도대체 나를 왜 챙겨 온 거야?

나를 여기로 데려올 때, 내 유통기한은 자그마치 반년 넘게 남아 있었단 말이야. 결국 이렇게 버릴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데려오지를 말던가. 왜 쓸데없는 욕심은 부려가지고, 반년 동안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왜 이제야 버리냐고?

세상에 나와 같은 운명의 소스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봤어? 제발 부탁이니까, 당장 먹을 게 아니면 제발 챙기지 좀 마. 욕심 좀 부리지 말란 말이야.”


옆에 있던 타르타르소스가 말합니다.


“동감이야!”


마지막으로 스파게티 소스 병이 이야기합니다.


“내 안에 있던 것을 다 먹고 나면, 고민이 생기는 거 나도 알아.

이 유리병 버릴까? 말까? 버리기에는 좀 아까운데? 다른 거 담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 때문에 나를 지금까지 보관해 왔던 거 충분히 이해한다고.

다 내가 쓸만한 유리병으로 태어난 탓이지. 당신들 잘못은 아니지.

그런데 왜 나를 버리기로 작정한 거야? 깨끗이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말이야?

앞에 라벨은 제거하면 되잖아? 병 안은 끓는 물에 소독 한 번 하면 되고 말이야?

뭐? 귀찮다고? 그게 지금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칠리소스와 타르타르소스는, 유통기한이 너무 많이 지나서 결국 버렸습니다. 이제는 먹지도 않을 소스를 욕심껏 챙겨 오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파게티 소스 병은 재활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귀찮아졌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43개의 물건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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