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16일 차

낯선 것과 익숙해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by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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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정리될 사물 세 가지입니다.

버티컬 마우스 2개, 고장 난 DVD 라이터입니다.




고장 난 DVD 라이터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고장이 나서, 버려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오히려, 너무 늦게 자기를 버리는 것에 대해서 무척 섭섭해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마우스는 버려지기 전에 꼭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 들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손목터널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우스입니다. 마우스 모양이 좀 다르게 생겼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마우스는 손등이 위로 오지만, 우리는 손등이 옆을 향합니다.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는 분 중에서 손목이 아픈 사람들이 저희 같은 마우스를 구입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희를 처음 사용할 때, 무척 어색해합니다. 이전에 쓰던 마우스보다 불편하다고 투정을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익숙했던 것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처음 마주하는 것들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평범한 그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곤 합니다.”




오래전, 손목이 아파서 구입했던 버티컬마우스 2개를 오늘 버렸습니다.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버리기 전, 마우스를 처음 구입했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새로 산 마우스가 주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새 마우스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결국엔 원래 쓰던 마우스로 되돌아갔거든요. 손목은 여전히 아팠지만, 어색한 마우스를 다시 사용할 마음은 들지 않더군요. 어쩌면 손목의 아픔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주는 고통이 더 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낯선 것과 익숙해지는 일은 정말 쉬운 일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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