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정리, 18일 차

풍요를 위해서, 풍요를 포기한다는 것

by muum



“얘들아! 혹시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어떤 소문?”


“여기 사는 집주인들, 갑자기 이상해졌다는 소문 말이야.”

“아! 그 소문! 나도 얼마 전에 들었어. 날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골라낸다는 소문 말하는 거지?

“원래 그런 집주인들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변했다면서? 그 뒤로, 집 안에서 물건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대.”

“맞아! 맞아!”

“그러고 보니 수상하네. 우리하고 함께 있던 애들도, 얼마 전에 불려 나간 뒤로 돌아오지 않고 있잖아?”


“그런데, 집주인들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변한 거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모든 게 책 때문이라더군. 책 제목이 <심플하게 산다>라던가? 도미니크 로로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그 책을 읽고나서부터 점점 변하기 시작했대.”

“아니, 그게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사람들을 이렇게 변하게 만들어?”

“음. 글쎄. 내가 아는 것이라곤, 도미니크 로로라는 사람은 심플한 삶을 추구했던 사람이라는 거야. 그는 자유, 평화, 신념, 즐거움, 기쁨, 아름다움, 건강 등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이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어. 삶의 풍요는 물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더 중요시할 때 온다고 믿었지. 그리고, 이런 삶을 위해서는 질 좋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


“지금 질 좋고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그랬어?”

“응, 질 좋고 꼭 필요한 물건!”

“듣고 보니 우리는 그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 같은데?”

“맞아! 맞아!”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오늘 우리 셋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우리가 곧 어디론가 사라질 거란 이야기지.”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우리도 한 때는 주인에게 기쁨을 줬었잖아? 그런데 왜 우리를 버려?”

“혹시 말이야. 우리를 가지고 있으면, 더 이상 삶이 풍요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우리가 보기에도 우리가 질 좋은 물건은 아니잖아? 그건 다들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거 아냐?”

“······”

“······”


“주인이 우리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기만을 기도하자고.”

“참. 아이러니해. 풍요를 위해서, 풍요를 포기하다니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삶의 풍요를 위해서, 풍요로운 물질 환경을 포기하다니. 인간들의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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