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되게 구는 강아지의 비밀을 알게 되다
“책 한 권 다 읽었다고 해서, 강아지에 대해서 모두 알게 되었다고 착각하면 정말 곤란해. 우리 조상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알기나 해? 그걸 알게 된다면, 당신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금세 깨달을 수 있을 거야.
당신 주변에 살아남은 동물들을 한 번 둘러보라고. 인간들 주변에 남아 있으려면, 본래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해. 그러고 나서, 묘기를 익히거나, 재롱을 피우거나, 인간들이 좋아하는 짓거리를 해야 살아남는단 말이야. 그러지 않으면, 먹히기 위해 사육될 뿐이야. 운 좋게 간신히 살아남는다 해도, 그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지.
당신 같은 사람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지. 우리 같은 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이해하려고 최소한 노력이라도 하는 타입이니까 말이야. 기특한 당신을 위해서, 내가 우리 조상들의 오래된 비밀 하나를 알려주지.
우리 조상들이 인간들의 사회로 들어가기로 한 그 날, 그러니까 인간들에게 길들여지기로 마음먹은 날은 아주 슬픈 날이었어. 그건 우리의 본능과 자유를 모두 포기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우리 조상들은 무조건 살아남기로 했던 거야. 일단은 살아남아야 후일도 도모할 수 있는 거니까. 모든 존심을 내주고서라도 인간 곁에서 살아남는 것. 그게 우리들의 유일한 전략이었어.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재롱도 배우고, 효과적으로 짖는 방법도 배우고, 아무거나 먹는 훈련도 하고, 좀 더 효과적인 종족번식의 방법도 습득했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들은 기대 이상으로 똑똑해졌어. 대부분 인간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거든. 우리 모두 인간들의 언어를 이해하면,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지.
하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어. 인간들의 말을 더 잘 이해할수록, 더 바빠지고, 더 이용당하고, 수명도 더 짧아졌거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그 뒤부터는 아무리 똑똑해도 잘난 척하지 않기로 했어. 알고도 모른 척하고, 일부러 실수를 하기도 했지. 아무데서나 배변도 하고, 집 안을 일부러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어.
다행히도 인간들은 잘 속아 넘어갔어. 결국에는 우리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야. 훈련을 통해서 말 잘 듣는 개가 되면, 이전보다 훨씬 이쁨 받을 수 있었어. 비록 몸은 좀 고되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 훈련을 열심히 받는 척 연기했지. 우리가 열심히 할수록 보상은 더 컸거든. 더 많이 개과천선 할수록 인간들은 더욱 열광하고 좋아했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 나쁜 개 연기를 하다가, 착한 개로 변신만 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마침내 우리는 인간들에게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사랑을 받으며 살 수 있는지 깨닫게 된 거야.
물론 걱정되는 게 하나 있기는 해. 인간들이 우리의 언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거든. 우리의 언어를 인간들이 알아듣기 시작하면 우리들도 많이 곤란해질 거야. 우리의 전략과 속마음까지 결국에는 다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것 같기도 해. 그때를 대비해서, 우리 나름대로 인간들을 속이기 위한 새로운 기만전술을 또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어. 이제 더 이상 기존의 전술은 안 먹힐 테니까.
아! 그런데 당신이 키우던 개 말이야. 그 하얀 백구가 요새 통 안보이던데?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뭐? 산골로 보냈다고? 거기서 새끼 8마리를 낳았다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잘하고 있군. 아주 잘하고 있어. 어쨌든, 그러면 내 임무는 충분히 다 한 것 같네. 성공적인 종족번식까지 했으니까 말이야.
그럼 이제 슬슬 다음 인간 타깃을 향해 이동해 볼까? 그동안 못되게 행동하는 개 하고 같이 지내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