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으로 받은 미니마우스를 드디어 정리하다
“이제야 고백하는 거지만, 당신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거, 혹시 알고 있나요?
당신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시작은 썩 유쾌하지 않았어요. 그리 즐거운 만남은 아니었죠. 당신이 처음으로 나를 손에 잡던 날, 내게 뭐라고 말했는지 혹시 기억하세요? 저는 당신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이 마우스 너무 작고 불편해서 못 쓰겠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불안했는지 몰라요. 조만간 내가 이 집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불편하다는 나를 당신은 바로 버리지 않았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나를 고이고이 챙겨서 외출하는 일마저 종종 있었죠. 노트북을 들고나갈 때마다, 잊지 않고 나도 함께 데려갔어요. 그런 당신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하지만 더 놀라웠던 건, 그다음부터였죠. 일부러 챙겨간 나를, 당신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요. 노트북에 연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야장천 터치패드만 사용했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랬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쓰지도 않을 거면서, 항상 왜 나를 챙겨가지고 다녔던 건지 말이에요.
그런 당신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도 해 보았어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당신은 그냥 이상한 사람이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전 깨달았죠. 사용하지도 않는 물건일지라도 지니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 인간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거죠. 그걸 알게 된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나는 영원히 이렇게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에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어요. 어쨌든 계속 살아남는 거니까 기쁘긴 했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계속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우울해졌거든요. 혹시 나한테 나도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정말 마우스가 맞긴 한 건가? 마우스 역할을 하나도 못하는데, 마우스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건가? 단 하루만이라도 마우스답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점점 채워져 갔죠.
어쨌든 살아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버려지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진 몰랐네요. 마음의 준비도 미처 못했는데 말이에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고백하는 거지만,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에요. 정말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랑 같이 있던 노트북은 어디 갔어요? 한 1년 전부터 안보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