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3)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6)

by 소방관아빠 무스

(사진 출처-네이버 블로그 '일상')


오늘도 어머니 집에 갔다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가 신장투석을 받는 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본가에 데려다 드리고 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본가에서 혼자 사시고 있다. 신장 투석까지 받으시는 어머니를 홀로 거기에 남겨두는 것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리고 엄니도 빈말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와 살던 본가가 더 좋다고 하신다. 이런저런 이유로 어머니를 본가에서 모시고 오지 못하고 있다. 대신 자주 찾아가 뵙는 것으로 내 죄책감을 상쇄시키려 한다. 신장투석 하는 날만 가도 일주일에 세 번이다. 그래서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온 것이다.


이렇게 더운 날 엄니는 에어컨도 틀지 않고 있다. 본인은 선풍기면 충분하단다. 내가 더우면 틀라신다.


"청승 쫌 그만 피고 이렇게 더울 땐 팍팍 쫌 틀어, 에어컨 놔뒀다 뭐 해!"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면서 전기세는 걱정 말라는 듯 호기롭게 말했다.


"그래 말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난 그렇게 덥지가 않네, 투석 받으면서부터 춥기는 추운데 덥지가 않아."


어머니의 말에 에어컨을 18도로 내리던 내 손가락이 멈췄다. 다시 25도로 설정했다.


"옛날에는 그렇게 더웠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덥지가 않아,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어머니의 말에 난 다시 에어컨을 꺼버렸다.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렸다.


"옛날에 자전거 공장에서 일할 때는 그렇게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많이도 사 먹었는데, 같이 일하던 공장 아줌마들이 나보고 '아이스크림 킬러'라고 불렀지 뭐냐~"


어머니는 옛날 생각이 나는지 다시 추억의 페이지를 넘기셨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스크림만 봐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먹고 싶지가 않아..."


젊은 날의 추억에 잠시 기뻐했던 어머니가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더니 다시 침울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점심으로 어머니와 밀면을 시켜 먹으려고 열었던 배달앱을 슬며시 닫았다.


"그럼 점심 뭐 먹을래요?"


"집에 반찬 있는데 시켜 먹을 거 있니, 아, 참! 니 누나가 그저께 와서 끓여놓고 간 삼계탕이 있다. 그거 데워먹자."


엄니는 그렇게 말하고 절뚝거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주방으로 갔다.


"제가 할게요."


"아니다, 내가 할게, 평생 주방 불 앞에서 살아온 사람인데 이 정도 못하겠니..."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능숙하게 가스불을 켰다. 삼계탕이 데워지면서 푸근한(?) 삼계탕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어머니는 언제나 일하고 계셨다. 내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가 처녀 적에는 외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시장통에서 조개장사를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결혼해서 나를 낳고 나서는 동네에서 구멍가게를 시작하셨다. 그리고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즈음에는 다시 시장통으로 나가 오뎅, 어묵을 난전에서 파셨다. 그리고 내가 대학, 군대에 있을 때는 아동용 자전거 공장에서 일하셨다. 그리고 내가 취직을 못해 백수로 2년 정도 놀고 있을 때는 식당에서 일하셨다. 그리고 내가 소방서에 들어가고 나서는 아버지와 함께 다시 구멍가게를 열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년 전까지 일하셨다.


그야말로 억척스럽게 버텨 온 우리 어머니들의 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살림을 하고, 아버지를 수발하고, 누나와 나를 키워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오느라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한 것이었다.


삼계탕이 다 끓었다. 어머니와 나는 한 그릇씩 떠서 tv앞 테이블에 앉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엄니는 닭의 배를 갈라 닭의 절반을 나에게 주려고 하셨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도 많아요."


내가 내 그릇을 뒤로 가져가며 말했다.


"아니, 아니, 이것만 가져가, 도저히 다 못 먹겠어!"


어머니가 거의 울부짖듯 국자를 들고 애처롭게 외쳤다. 나도 그 모습을 보니 슬며시 내 그릇을 앞으로 내밀 수밖에 없었다.


"요즘 들어 소화가 안 돼서 진짜 새 모이정도밖에 못 먹겠어..."


엄니는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의 그릇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잠시 후 눈을 다시 tv로 돌리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 유재석이 하네, 난 저게 그렇게 재밌더라..."


tv에선 유재석의 유퀴즈가 하고 있었다. 엄니는 그것을 보면서 삼계탕 한 숟갈을 입에 넣었다. 난 매일 tv앞에 앉아 있는 엄니가 그것을 오늘 처음 보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맞장구를 쳐 주었다.


"네, 저 조세호도 재밌구요."


"그래, 둘이 케미도 잘 맞아..."


엄니가 요즘 정말 tv를 많이 보는가 보다, 케미라는 말을 알다니...


삼계탕의 구수한 맛이 입속으로 퍼졌다.


'엄니, 내년에도 이렇게 삼계탕 같이 먹어요.'


입 밖으로 하지 못한 말이 내 맘속으로 울려 퍼졌다.


2ZJ24Oddo1V.jpg (울엄마가 넘넘나 좋아하는 유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