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니의 핸드폰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10)

by 소방관아빠 무스

(사진-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중에서)


울엄니의 핸드폰은 아직도 효도폰이라고도 불리는 옛날 구식폰이다. 몇 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바뀌 드려 봤지만 엄니는 스마트폰이 싫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스마트 폰이 싫다고 하셨어~예~

https://youtu.be/efuVbrNLuAk?si=X1td_wC8jXrbt8vl

(god의 명곡-어머니께)


어머니들은 왜 그리 싫으신 것이 많으신 걸까? 싫으신 게 아니라 우리에게 말 못 할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룹 god의 어머님(?)이 자장면을 두 그릇 시키기엔 돈이 모자라서 아들에게 거짓말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우리 엄니도 저 대문사진에 나오는 배우 한석규의 아버지(니들이 게맛을 알아?~의 신 구선생님)처럼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배우기가 어려우셨던 것이다. 처음엔 스마트폰을 사다 드리면 내가 자주 집에 가기도 하고 외손녀가 같이 있을 때도 많으니까 스마트폰 사용법을 금방 배우실 줄 알았다. 그때 난 일주일에 세 번은 엄니집에 갔고, 부산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외손녀는 방학을 제외하면 엄니와 같이 살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외손녀가 살뜰히 저 한석규처럼 엄니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 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엄니는 스마트폰의 기능 한 가지를 가르치면 열 가지를 혼자서 터득하는 요즘 20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엄니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알려줘도 다시 그것을 혼자 할 수가 없었다. 노안으로 깨알 같은 글씨를 보기도 힘들었고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도 덜덜 떨리는 손가락과 닳아빠진 지문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의 신세계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도 엄니에겐 그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정보 나부랭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유튜브로 가수 임영웅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면 엄니도 스마트폰의 세계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던 '보이스 피싱'이 아니었나 싶다. 모르는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고, 당신의 가족들 흉내(?)를 내면서 어디로 얼마를 입금하라~, 혹은 어디에 현금을 넣어놔라~ 하는 등의 전화를 받으면 엄니의 멘탈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서 오랜 세월 살아오신 엄니의 현명한 촉(?)이 발동해서 아들인 나에게는 '아범아, 난 이게 싫다, 옛날 게 좋아'라고 말하신 것일 게다.


(앙증맞은? 울엄니의 구형폰~스팸문자 1392개를 안읽으시는 쿨함~^^;;)


엄니의 핸드폰이 옛날 구식폰으로 '빠꾸 오라이'를 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건 엄니가 몇십 년 만에 옛 친구를 만난 날 일어났다. 그분은 엄니의 처녀시절부터의 친구로, 오랜 시간 연락이 되지 않다가 우연히 내 전화기에 남아있는 그분의 연락처를 찾게 되어 전화를 해 보니 의외로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oo 병원 앞에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분은 병원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엄니는 병원 후문에 도착했단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너 어디 있니?, 어디?' 하면서 점점 서로의 위치에 다가가게 됐고, 둘은 몇십 년 만에 재회한 기쁨을 얼싸안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고 우리 집으로 가자'고 그분이 제안을 했고 두 분은 택시를 타고 근처에 있는 그분 집으로 향했단다. 그래서 거기서 재회의 회포를 풀고 식사 잘하시고 커피 잘마시고 다음에 또 보자~하고 집으로 왔으면 만사 오케이였는데 마지막에 생각지도 않은 일이 하나 발생했다. 엄니가 집에 가려고 보니 핸드폰이 없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재회의 기쁨에 너무 들뜬 나머지 자신의 핸드폰을 챙기는 것을 깜박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 다행히도(?) 비번날이라 집에 있었는데 뜬금없이 어머니의 친구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아보니 엄니가 자기 전화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전화기 커버에다 돈도 얼마 넣어놨었는데 그것도 잃어버려 택시 탈 돈도 없으니 나보고 엄니 친구분 집으로 좀 태우러 와달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해드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는데 그런 전화를 받으니 솔직히 좀 황당했다. 그래서 지금 데리러 갈 테니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잘 생각해 보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곧이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자기는 택시기사인데 누군가 핸드폰을 택시에 놓고 내렸다며 그 폰에 '아들'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이제야 모든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택시 기사분께 우리 집 아파트 어디로 오시라고 하고 사례금은 얼마를 드려야 할까를 잠시 고민했다. 조금 있다가 택시 기사분께 다시 전화를 받고 아파트 입구로 나가 사례금을 드리고 엄니의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내 차를 타고 엄니 친구분 집으로 향했다.


엄니 친구분을 오랜만에 다시 뵈니 반가웠지만 엄니를 다시 보니 안쓰러웠다. 내 차를 타고 오는 내내 엄니는 차 뒷좌석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난 '괜찮아요, 뭐 사람이 그럴 수 있죠, 앞으로는 소지품 잘 챙기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엄니가 잃어버린 카드와 주민등록증을 찾으러 몇 번이나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일이 기억나서였다. 한 번은 잃어버린 엄니의 주민등록증이 범죄에 악용(?)되어 경찰서에 가서 조사서(?)를 쓰고 온 일도 있었다. 이제는 엄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엄니의 스마트폰을 옛날폰으로 바꿔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되려고 그래서였는지 그때쯤 엄니의 핸드폰도 맛이 가기 시작했다.


어제 엄니를 혈액투석 병원에서 모시고 와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엄니가 밥을 다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다 말고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범아, 핸드폰이 없다!!!"


나는 곧 엄니폰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난 주차장으로 내려가 내차 뒷좌석을 살펴보았다. 엄니의 효도폰은 엄니가 탔던 뒷좌석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난 그 폰을 가지고 집으로 올라가 엄니에게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다행이네요, 내 차에 있어서, 이게 어디에 굴러 떨어졌거나 놔두고 왔다면 또 고생했을 텐데, 그래도 오늘은 재수가(?) 좋네요."


휴대폰을 찾았다는 내 말에 엄니도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었다. 난 몇 년 전 그때 스마트폰을 다시 효도폰으로 바꾸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지만 계속 엄니를 내 차로 모셔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울엄니가 핸드폰은 잃어버려도 나는 잃어버리는 날이 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