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아들로 살아간다는 것(5)

by 소방관아빠 무스

(사진 출처-연합뉴스)


지난주, 경북 예천지역 실종자 수색을 하다가 순직한 고 채수근 해병의 발인식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봐서 알겠지만 그는 구명조끼도 지급받지 못하고 거의 맨몸으로 동료들과 하천변을 수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400m 하류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그는 아버지가 소방관이었고 결혼한 지 10년 만에 낳은 외아들이자 장손이었다. 그런 뉴스를 접하자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소방관이고 외아들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요즘 외아들이고 장손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결혼 10년 만에 시험관 아기로 어렵게 낳아 애지중지 기른 아들이 강해지기를 바라면서 해병대에 보낸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리고 발인식에서 아들의 동료를 얼싸안고 우는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 눈물 속에 오버랩되었다.


다운로드.jpeg (아들과 동기인 해병을 끌어안고 우는 어머니 - 뉴시스)


나 역시 2년 3개월간의 군생활을 강원도에서 마쳤다. 그리고 한 5년 후에는 소방서에 입사했다. 그러고 보면 군생활과 소방관 생활은 아주 비슷한 점이 많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예를 들 것도 없이 나는 군생활 중 사격을 하다가 귀를 다쳐서 6개월 정도 국군병원 신세를 졌다. 그때 고막이 파열되어서인지 지금도 오른쪽 귀는 잘 안 들린다. -건강검진을 해 보면 좌측 귀에 비해 우측 귀는 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잘 안 들리는 오른쪽 귀를 대신해서 왼쪽 귀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왼쪽 약지가 베여 신경과 힘줄이 잘리는 부상을 입었고 왼쪽 무릎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몸으로 어떻게 2년 3개월의 군생활과 23년의 소방관 생활을 해 왔는지 놀라우면서 이런 몸으로도 계속 공직에 몸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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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muyal/94


그래서 가끔 꿈을 꾸는데 그것은 아직 군대에서 제대하지 못하고 있는 꿈이다. 그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곤 하는데 사실 돌이켜 보면 소방서 생활은 여전히 군생활의 연장인 것 같다.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긴장하며 생활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꿈을 계속 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귀를 다쳐 국군 부산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부모님은 김밥과 치킨을 싸가지고 면회를 오셨더랬다. 강원도 화천에 있는 27사단 이기자 부대 -지금은 없어졌음.- 신병 교육대 퇴소식에서 까맣게 탄 내 얼굴을 보고는 눈물부터 흘리셨던 엄마는 그날도 환자복을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눈물부터 흘리셨다. 우여곡절 끝에 키워서 겨우 성인이 되어 군대에 보내놨더니 다친 모습으로 국군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어찌 눈물이 나지 않았으랴, 고 채수근 상병 어머니의 오열을 십분 이해한다. 그리고는 부르터서 시커먼 나의 손을 붙잡으며 말하셨다.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내가 소방서에서 왼쪽 약지를 다쳐 수술을 했을 때는 엄마에게 얘기를 안 했었다 괜히 아시면 더 걱정하실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 낫고 얼마 후 엄마와 만났는데 엄마는 내 손가락의 흉터를 보며 왜 이러냐고 물어보셨다.


"이거 뭐 별거 아니에요, 날카로운 철판을 들다가 살짝 베였어요."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다."


엄마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번에는 울지는 않으셨다. 나는 다쳤을 때 바로 얘기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복을 입고 손가락에다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또 우셨을 테니까...


엄마에게 있어 난 정말 불효자란 생각이 든다. 2년 3개월의 군생활도 모자라 23년간 하루도 엄마를 마음 편히 있게 하질 못하니 말이다. 엄마는 23년 나의 소방서 생활과 2년 3개월의 내 군생활동안 얼마나 많은 밤을 맘 졸이며 새우셨을까?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태풍이 불면 태풍이 부는 대로, 전쟁이 날까, 사고가 날까, 다치진 않을까, 더우나 추우나 자식걱정에 여념이 없으셨을 어머니...


고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나 우리 어머니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의 안위를 위해 날마다 기도하는 삶을 사시는 건 아닐까? 며칠 전 엄수되었던 채수근 상병의 발인식을 보면서, 무너진 어머니의 마음과 눈물을 보면서, 불효자는 소리 없이 웁니다.


https://youtu.be/qSan6LgZRys

(불효자는 웁니다 - 그리운 송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