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동산에서(36)
(사진-픽사베이 'inkflo'님)
최근에 우리 팀 동료 중에 한 명이 내게 턱걸이 내기를 제안해 왔다. 2024년 1월 1일에 자기와 턱걸이 대결(?)을 해서 지는 사람이 우리 팀 회식을 쏘자고 했다. 잠시 생각하다가 OK 했다. 11월에 몸을 만들어서(?) 12월까지 턱걸이 갯수를 맥시멈으로 늘려야겠다. 아무리 팀 회식으로 쏘는 것이라도 승부는 승부, 진검승부다. 그런데 가장 난제는 아무래도 몸무게다. 턱걸이 갯수는 몸무게와 직결된다. 지금 몸무게라면 승산이 5대 5 정도지만 몸무게를 5kg 정도 뺀다면 7대 3 정도로 늘어난다. 그런데 어떻게 빼지? 권투선수처럼 이제라도 체중감량에 들어가야 하나?
대외적 악재(?)도 겹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지구촌은 전쟁의 화마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물가는 계속 오른다. 전쟁이 난 두 곳 모두 식료품과 석유 공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다. 지금도 오르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식료품비와 연료비가 오를 것이라는 것은 이제 네 살인 막둥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거기에 따라 교통비부터 시작해서 전기세, 외식비, 기타 등등 물가 전반이 따라 오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우리 식구는 외식비 다운사이징(?)에 들어갔다. 하루 걸러 시켜 먹던 배*과는 거의 결별 수준에 이르렀다. 일주일이면 두 번은 먹던 외식을 이제는 한 번으로 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외식을 하고 디저트로 카페까지 들렀다 오면 10만 원이 넘는 돈이 금세 나간다. 마트도 한번 가면 20만 원 안에서 커버하기가 버겁다. 내 월급과 마눌의 월급은 제자린데 이렇게 물가가 뛰니 지갑을 열기가 두렵다. 거기다 금리는 계속 떨어질 줄 모른다. 아파트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원금과 이자까지 내고 보험료, 공과금등 고정지출로 떼이고 나면 우리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실제 파이는 더욱더 작아진다. 지난달엔 아이들 학원비를 가까스로 맞췄다. 난 세 개의 은행과 두 개의 카드를 쓰고 있는데 한 은행으로 월급이 들어오면 두 카드에 연동된 두 개의 은행으로 입금을 해서 카드값을 막는다. 저번달 말에도 그렇게 해서 모든 카드값을 막고 겨우 선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달 초에 있는 아이들의 학원비를 깜박 생각 못했다. 학원비를 부칠 돈이 계좌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월말이면 조금이라도 항상 돈이 남았었는데 나도 이러니 요즘 다 사는 게 팍팍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눌은 내가 이번달에 '부도'를 낼 뻔했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월초에 들어오는 수당이 있어 그걸로 며칠 내에 겨우 커버하긴 했지만 계속 이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눌은 그런 일련의 사태(?)를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였을까? 일단 외식비와 배*에서 시켜 먹는 것을 줄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방에 필요 없는 전깃불을 끄라고, 난방은 몇 도 이상으로 맞추지 말라고, 샤워할 때도 30분 안에 나오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막둥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도 '이거 우리 집에 비슷한 거 있잖아!'로 퉁치거나 과자와 음료수는 몸에 좋지 않다며 막둥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막둥이의 옷을 사는 대신 어디선가(?) 옷을 얻어 와 입히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좀 서글플 수 있는데 또 다른 한편으론 내가 그토록 강조하는 미니멀라이징을 와이프도 이제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외식을 하면 맛은 있을지 몰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건강을 생각하면 별로 좋지 않을 때가 많다. 강하고 자극적인 맛을 내느라 많은 양념을 쓰고, 또 동물성 지방을 다량으로 함께 섭취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항상 마눌이 집에서 끓여주는 된장찌개와 집밥을 그리워했는데 이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2002년의 감동을 소환해 내곤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필요 없는 전기와 난방을 아낌으로써 화석연료의 이용을 줄여 점점 극한으로 치달아 가는 이상기후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규모와 기여도에서 지극히 미니멀한 수준이겠지만- 그리고 잘 사는 나라들의 남아도는 옷들이 못 사는 나라에 쓰레기로 수출되어 그 나라의 환경을 망치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는데 우리 가족은, 그리고 우리 막둥이는 적어도 저런 나라에 버려질 쓰레기 옷을 하나라도 덜 수출하는 데 기여를 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도 든다. -물론 이런 생각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이다. 불황으로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라이더님들과 단군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자영업자님들에게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ㅠㅠ-
어저께는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때웠다. 마눌은 김밥을 먹고 나서 강변을 달리러 나간다며 운동화를 신고 나갔다. 이제 자기 몸도 이제 미니멀라이징(?)하려는 모양이다. 나도 따라나가고 싶었지만 막둥이를 봐야 할 것 같아서 같이 가자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어쨌든 이렇게 먹다가는 5kg쯤은 연말까지 쉽사리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강제 미니멀라이징을 실천하는 마눌 덕분에 내년 1월 1일에 있을 그 직원과의 턱걸이 내기에서는 내가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이 강하게 든다. 고마워 마눌~^^;;